[정치포커스] 6.1 지선, '명심' '박심' 대리전 양상… 정계 복귀 포석?
[정치포커스] 6.1 지선, '명심' '박심' 대리전 양상… 정계 복귀 포석?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4.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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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구시장 출마' 유영하 이례적 공개 지지 나서
이재명 '지선 서포트' '당권' '분당을 출마' 의견 난무

오는 6.1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들이 너도나도 '정치인 마케팅'을 펼치며 흡사 대리전 양상을 띠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우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광역단체장을 지낸 경기도를 중심으로 '이재명 마케팅'이 펼쳐지고, 국민의힘은 대구를 중심으로 '박심(朴心)'을 잡기 위해 여념 없는 모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7시께 유튜브에 올린 4분 54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최측근인 국민의힘 소속 유영하 대구시장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원회장을 맡은 사실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7시께 유튜브에 올린 4분 54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최측근인 국민의힘 소속 유영하 대구시장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원회장을 맡은 사실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박심' 향방 드러났다… 대구시장 판세 요동치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8일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유영하 변호사를 지원 사격 나섰다. 유 예비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으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인물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경 유튜브에 올린 4분 54초 분량 동영상에서 유 변호사를 공개 지지했다. 그가 탄핵 정국 이후 누군가를 공개 지지하거나, 육성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한 향수가 짙은 지역으로 여겨진다. 보수세도 강하다. 이같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박심'을 잡는 후보가 대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번 공개 지지로 '박심'이 유 후보에게 있음이 알려진 셈이다.
 
그는 "유영하 후보는 지난 5년간 내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내 곁에서 함께했다"며 "나를 알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나가고 심지어 나와의 인연을 부정할 때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내 곁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참아냈다"고 지지 배경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다 이루지 못했지만, 못다한 이런 꿈들을 내 고향이자 유영하 후보의 고향인 이곳 대구에서 유 후보가 나를 대신해 이뤄줄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나는 작은 힘이나마 보태 유영하 후보를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에서 대구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은 현재까지 유 변호사를 포함해 총 8명이다. 당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출마자 명단은 권용범 전 대구미래대학 학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점수 전 한국가스공사 기획본부장, 김형기 전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유 변호사, 이진숙 전 MBC 사장,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 정상환 부위원장, 홍준표 의원 등이다.  

이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실시한 면접 심사에 임했다. 공관위에 따르면 추후 지역별로 최다 3배수의 경선 진출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구 특성상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과하면 대구시장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선이 각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살펴보는 과정임을 감안한다면 '박심'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홍 의원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유 변호사 공개 지지에 대해 "대구시장 경선이 정책 대결의 장이 아니고 전직 대통령 팔이, 대통령 당선자 팔이 선거로 변질됐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구의 중흥을 이끌 수장을 선출하는 경선이 이렇게 전개되는 건 참으로 유감"이라며 "대구시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만 바라보고 묵묵히 갑니다만 상식 밖의 씁쓸한 일만 생긴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두 '포스트 이재명'… 당내서 '자제' 목소리도

6.1 지방선거에서 특히 주목받는 지역은 경기다. 민주당 경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5선 중진 안민석·조정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이 '포스트 이재명'을 자처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도 대권주자이던 유승민 전 의원, '대장동 저격수' 김은혜 의원, 경기에서 오래 지역구 의원을 지낸 심재철 전 의원 등의 출마 선언으로 판이 커졌다.

민주당 주자들은 모두 '이재명 사수' 전략을 펴고 있다. 5선 조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재명 지사의 성과와 업적을 계승, 발전시킬 적임자는 나"라고 표명했다.

그는 "내 별명이 여의도 정책통이다. 또 이 전 후보가 경기지사 당선됐을 때 내가 경기도 인수위원장을 맡아 같이 일을 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예전의 여느 지방선거와는 의미가 남다르다"며 "이재명 지사의 가치와 철학, 그 성과와 업적을 계승, 발전해서 경기도를 정치 1번지 그리고 경제 1번지로 만들어야 되는 선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도 지난달 31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재명의 경기도정을 이어받아 안민석이 더 크게 키우겠다"고 '계승'에 방점을 찍었다. '명심(明心) 쟁탈전'이 벌어진 모습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이런 양상이 나타났다.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86 용퇴론'을 가시화한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송 전 대표의 등판을 두고 일각에선 '명심'이 주요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당내에서는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공천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많은 출마자들이 이재명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일부에서는 송 전 대표의 출마가 이재명 고문 작품이라는 여론도 흘리고 있다"면서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고문께서 지지하는 건 공정한 경쟁이지 특정한 후보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많은 후보들이 이재명 고문을 지키겠다고 한다"면서 "당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을 지키기 위해 권력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는 건 당연하지만,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삼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금 우리는 선거를 하는 거지, 이재명이랑 누가누가 더 친하나 내기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민주당은 어느 개인의 사당도 아니고 누구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당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웅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명심, 윤심 (이런 건) 지방선거 나오는 분들이 이렇게 부추기는 거 아니냐"면서 "명심, 윤심이 있는 것처럼, 뒤에 누가 있는 것처럼 (구니) 더더욱 그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정치는 여야 후보자들이 '통합의 정치하자'는 것과는 거리가 좀 있다"고 비판했다.

◇朴 '사저 정치' 신호탄?… 李 '분당을 플레이어설'

일각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대리전'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정계 복귀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통령 경우 탄핵 정국으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지만 그가 지닌 정치적 상징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가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할 경우 큰 영향력이 있으리라는 주장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 사저를 마련해 입주할 당시에도 '사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여기에 유 변호사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뒤 박 전 대통령이 후원회장을 맡자 정치 활동에 시동을 거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으나 공개 지지를 담은 육성 메시지 영상을 게재하며 행보가 커진 부분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 전 대선후보 경우 보다 본격적이다. 이 전 후보가 정계 은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힌 만큼, 민주당에서는 이번 지선서부터 그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기 등판론'마저 나온다.

조 의원은 이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전략적 검토와 숙고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그는 진행자의 '(이 전 후보의) 6월 조기 등판론에 동의하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출마해 당권을 노릴 거란 의견부터 이 전 후보가 다시 '플레이어'로 뛸 거란 관측까지 다양한 해석이 거론된다.

이 전 후보의 거주지가 수내동인 점을 들며 '성남분당을'에 출마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노 의원은 이에 대해 "등판 가능성은 국민이 부르면, 당이 부르면 나올 수 있는 거 아니냐"면서도 "이 전 후보는 우리 민주당과 국민 입장에서 엄청난 (정치적) 자산이다. '보궐선거, 국회의원 선거에 나와라', '전당대회 나와라' 이런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나온다는 뜻은 지방선거에 지원을 할 거냐, 안 하느냐 그것도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부언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날을 세우고 있다.

홍문표 의원은 "(이 전 후보의) 등판 문제는 대통령까지 나온 분이 어디 국회의원이나 시장 보궐선거에 나와서 뛰나. 격이 맞나"라면서 "6.1 지방선거에서 인사로 다니면서 도와주는 건 있을 수 있지만 직접 자기가 뛰어들어서 선거판을 흔들고 이롭게 하기 위해서 한다, 그건 국민들을 깔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2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2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상 '이재명 분당을 출마설'을 띄워 올린 건 이준석 대표다. 이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인 기반은 성남"이라며 이같은 주장을 다시 펼쳤다.

그는 "지금 언론 나온 대로 송영길 대표께서 (지역구가) 인천 계양인데 만약 서울에 출마하면 이곳이 빌 거고, 김병욱 의원이 만약 성남시장에 출마하면 분당을이 빌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기반이라 하면 성남이다. 분당을 같은 경우 수내동 이런 지역인데, 거기가 우리 당 지지세가 제일 센 곳"이라면서 "인천 계양은 인천에서도 가장 민주당세가 센 곳"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 전 후보 입장에선 명분이 생기는 거다. 본인이 다소 어려운 지역으로 나간다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출마하려고 할 것"이라며 "다만 우리 당 우세 지역이라고 판단하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중량감 있고 강한 후보를 내면 이 전 후보도 거기서 고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안철수 인수위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으로 맞대응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나는 그분(안 위원장)을 잘 모른다", "그분(원 전 지사)와 대화한 지 좀 오래됐다. 인수위 하느라 바쁘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표는 머리가 너무 좋으신지 아주 그냥 이 전 후보의 마음을 다 읽고 계시는 관심법을 갖고 계신지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재명 후보가 이번 재보궐선거에 출마한다거나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진 의원은 "(이 전 후보는) 당의 최고 자산이고 또 국민의 지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가진 분"이라면서도 "그러니 지방선거라고 하는 큰 선거를 치르는 데 있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할 거고, 또 당에서도 역할을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 선거에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출마하나)"라면서 "지금은 갑옷끈을 풀고 있는 상황인데 갑옷 입고 또 출전하라는 건 가혹한 일이기도 하지만 또 좀 순리나 상식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표명했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