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광의)는 2200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21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국가결산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세입·세출과 재정, 국가채무 등을 확정하는 절차로 감사원 결산검사를 받고 국회에 제출된다. 국가부채는 발생주의 회계에 미래의 재정부담 요인까지 포괄적으로 파악하는 개념이다. 현금주의 회계기준을 적용해 이미 발생한 부채를 논의하는 국가채무보다 범위가 넓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2196조4000억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214조700억원(10.8%)이나 늘어난 셈이다.
내역을 보면, 국공채·차입금 등 확정부채가 818조2000억원으로 100조6000억원(14.0%) 증가했다. 이는 적극적인 재정 운용으로 국채를 많이 발행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지난해 2차례 추가경정예산(49조8000억원)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 집행을 단행했다.
한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 연금충당부채가 포함된 비확정부채는 1378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조1000억원(9.0%) 증가했다. 연금충당부채는 앞으로 약 70년 이상 걸쳐 공무원 등에 줄 연금 추정액이다.
현재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2057조4000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말 기준 1433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763조3000억원(53.3%) 불어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말(1743조7000억원)보다 452조8000억원 증가해, 경기 부양 목적의 재정 투입이 상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가부채 중 현금주의 회계기준을 적용해 이미 발생한 부채인 국가채무도 규모가 상당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산한 국가채무는 지난해 967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두고 주로 회계학자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한국감사인연합회는 국제적인 회계기준인 ‘국가부채(D2)’만 쓰지 않고 정부가 ‘국가채무(D1)’를 혼용해 국민들에게 빚에 대한 설명에 혼선을 빚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감사인연합회는 4일 공동대표단의 의결을 거쳐 이 같은 의견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국가채무라는 개념으로 한국의 나라빚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다 낮다고 국민들에게 선전했다. 하지만 이들 학자는 국가채무란 ‘단식부기 시절’의 국내용 통계로 국제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채무가 국가부채와 다른 점은 실제로 큰 빚을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게 하는 일종의 착시 현상과 맞닿아 있다. 즉 정부가 단순 착시를 이용하지 않는 것에 머물지 않고, 국채 발행 속도를 제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논의의 일련선상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차기 정부가 아껴서 지출해야 한다는 당부도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재정을 풀어서라도 자영업자 손실 등을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채를 대규모로 신규 발행하면 이를 단초로 서민 경제는 되레 악화할 수 있다. 재정을 풀어 소상공인 등 경제 약자를 도와주겠다는 구상은 나무랄 데 없지만, 결과적으로 물가와 시장 금리가 인상되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쩔 수 없이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시장의 충격을 완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역지원금을 추가로 주더라도 시기별로 분할 지급해 국채를 나눠 발행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