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 외부 전문가 수혈…반등 '총력'
신한금융투자, 외부 전문가 수혈…반등 '총력'
  • 임혜현·이지은 기자
  • 승인 2022.04.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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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중심 인사 발전 우려…노조 "특정 경영진 보호 말아야"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이영창 단독 대표 체제에서 김상태 대표를 영입하고 IB(투자은행) 역량 강화에 나섰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 식구 감싸기’식의 내부 분위기를 다잡지 못하면 기대만큼의 경영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볼멘소리는 거세질 전망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오랜 시간 리테일소매영업 중심을 벗어나 IB를 강화해 수익성 제고를 목표했지만 GIB(기업금융) 명가로 거듭나기 위해선 전문 경영인에 대한 지주 차원의 지원과 그룹 차원의 무관심이 필요하다.

◇‘라응찬 라인’ 김형진 ‘골든타임’ 놓쳐

대표적으로 지난 2012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신한금융투자를 이끈 강대석 전 사장 이슈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강 사장은 외환은행에서 일하다 업종을 바꿔 신한증권으로 합류한 후 차근차근 정상에 오른 인사로 외부인인지 내부 출신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이를 은행 중심주의에서 보면 이질적이다. 신한은행 실세가 계열사로 내려간 모델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 전 사장은 한 번 더 연임할 것으로 예상돼 왔지만 인사부장 등을 역임했던 김형진 전 사장과 바통을 터치했다.

하지만 김 전 사장은 ‘라응찬 라인’으로 승승장구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한동우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증권 사장으로 낙점했지만 그 뒤를 이어 그룹 사령탑에 오른 조용병 회장 시대에 ‘경영 무리수’를 이유로 일찍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2018년 한 봉사 현장의 기념 사진. 왼쪽부터 김형진 당시 신한금융투자 사장, 위성호 당시 신한은행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형진 전 사장이 은행 출신으로 증권으로 이동한 인물이고, 위 전 행장 역시 은행에서 잘 나가다 카드사 사장으로 일한 뒤 다시 은행장으로 금의환향한 이력이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2018년 한 봉사 현장의 기념 사진. 왼쪽부터 김형진 당시 신한금융투자 사장, 위성호 당시 신한은행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형진 전 사장이 은행 출신으로 증권으로 이동한 인물이고, 위 전 행장 역시 은행에서 잘 나가다 카드사 사장으로 일한 뒤 다시 은행장으로 금의환향한 이력이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일선에선 아들 부정 채용 논란 때문에 빨리 자리에 내려왔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채용 비리 덕에 조용병 라인에서 임기 2년을 마치고 외부 전문가 선임을 위해 물러났다는 후문이 새나온다.

이를 두고 김 전 사장의 빡빡하고 혹독한 경영 여파는 신한금융투자에 독이 됐을 것이란 풀이도 뒤따른다. 후임으로 등장한 김병철 전 사장은 사모펀드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사임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모펀드는 김병철 전 사장 때 판매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신한금융투자는 IB를 강화하기 위해 내부에 PE(프라이빗에쿼티) 전담 조직인 신한금융투자PE를 만들었다. 2016년 연말 일이니 선제적인 조치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 조직은 몇 년 만에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신한금융지주 또한 그룹 아래 대체투자 전문 운용조직(옛 신한PE)을 두고 있었고 2017년에는 아예 이 조직을 대상으로 사업개편을 단행하는 등 몸집을 키웠기 때문이다.

이런 개편 동안 신한금융투자PE는 침체기를 보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형진 전 사장 시절 적절한 교통정리가 있어야 했지만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적기를 놓치는데 은행 중심주의는 악재가 됐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왼쪽)은 신한순혈주의를 깨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그 역시 '신한 내 성골'인 '일본통' 출신 진옥동 신한은행장(오른쪽)을 발탁한 것에서 보듯, 각종 관행을 모두 정면으로 맞서 깨는 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신한은행)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오른쪽). (사진=신한은행)

김병철 전 사장의 경우, 사장 시절 사모펀드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지금까지도 여파는 상당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노동조합 관계자는 “경영진이 모 임원을 직위해제하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며 “이는 과거 상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그룹) 특정 경영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임원은 방어 전략을 짜느라 결백한 노조와 상품 판매 직원을 사문서위조로 문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룹·은행 간섭 줄이고 지원 강화 필요

신한금융투자의 사옥 매각 추진도 잡음으로 떠오른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25일 보고서를 내고 신한지주와 신한금융투자를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최근 신한금융투자가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여의도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매각익이 4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더하면 올해 신한지주의 순익은 5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지주의 잘못으로 약 2조원 규모의 상품사고가 발생했고, 경쟁사와의 격차가 벌어진 것을 사옥매각으로 메우려고 한다”며 “지주 자본금을 투입해 경쟁사와의 자본금 격차를 줄이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사모펀드 사태에서 PBS(성과주의예산제도) 제공자로 라임 부실 위험을 알면서도 이를 감추고 펀드를 판매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임은 유동성 문제를 인지한 후 무역금융 모펀드의 안정적인 자산 회수와 수익률 안정화를 위해 구조화 거래를 진행했는데, PBS를 통해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TRS는 주식 매입자가 투자에 따른 수익과 리스크를 주식의 원래 소유자(매각자)와 나눠 갖는 대신 고정된 이자 수입을 얻는 파생거래다.

이런 까닭에 조직 내 입지가 약한 외부 출신 수장이 제 역량을 십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그룹과 은행 차원의 간섭은 줄이고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로도 지목된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