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통화량은 지난해 4월 3000조원 돌파 이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36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3650조원을 넘겼다.

한국은행이 17일 공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1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653조원으로 12월보다 33조8000억원(0.9%)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3.1% 증가한 셈이다. 전월(13.2%)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거의 비슷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정기 예·적금은 22조7000억원 증가했다. 사상 최대 증가 규모다.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0조원 이상 늘어났다. 두 달 새 예·적금만 43조원 넘게 늘었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쏠려있던 시중 자금이 안전한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늘어난 유동성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 상품별로는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이 22조7000억원 증가했다. 금전신탁 12조3000억원, 수익증권은 11조8000억원이 늘었다.

경제주체별로는 기타금융기관에서 한 달 사이 35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 증가폭 역시 2002년 1월 편제 이후 가장 높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에서는 4조6000억원이 늘었다. 기타 금융기관의 늘어난 통화량은 일부 대형 공모주에 대한 청약자금 유입 등의 여파로 보인다.

반면 기업은 6조6000억원이 줄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입대금 결제 등을 위한 자금 지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중 유동성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대책 마련 필요성 또한 대두된다. 이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5달 연속 3%대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외엔 답이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으로서는 물가 상방 압력인 통화량 지표에 민감하다. 이번에 미국이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을 단행하고, 양적 긴축을 5월부터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한국은행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요소다. 지난달 2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통위원 다수는 물가 압력과 시중 유동성 증가를 거론하며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금과 같은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면 유동성 불안을 제어할 금리 정책 단행은 빨라질 수 있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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