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조부모, 손주 법적 입양 가능…엄마·아빠 될 수 있다”
대법 “조부모, 손주 법적 입양 가능…엄마·아빠 될 수 있다”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1.12.2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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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주를 법적으로 입양해 엄마·아빠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에 따르면 A씨 등 2명이 ‘미성년자 입양허가(직접 양육해 온 손자)를 받아들이지 않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항고심에서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친부모가 양육하지 않고 교류도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조부모가 주 양육자라면 미성년자인 손주를 조부모에게 입양하도록 하는 것이 손주의 행복과 이익을 위한 길일 수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018년 A씨 등 2명은 손자인 B군을 ‘입양할 수 있게 해달라’며 법원에 입양허가를 요청했다.

B군의 친생모는 여고생 시절에 B군을 출산했으며 곧이어 아이의 남편과 이혼해 부모인 A씨 부부에게 B군(생후 7개월)의 양육을 맡겼다. 이후 A씨 등이 B군의 양육을 책임져 왔으며 B군도 인지능력이 생기고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조부모를 부모로 알고 성장해 왔다.

그러던 중 조부모(A씨 등)는 B군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입양을 결심했으며, 이는 B군이 친부모가 아닌 조부모에 의해 양육된 사실을 알고 난 후 충격을 받을 것을 염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모가 없다는 사실, 조부모에 의해 양육된다는 사실 등이 학창생활에서 놀림 등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입양 사유로 들었다. 현재 B군 친부모들은 조부모인 A씨 등과 연락이나 만남 등을 하지 않고 있으며 입양에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심은 가족 내부질서 및 친족관계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조부모의 입양을 허가하지 않았다.

원심 재판부는 “A씨 등 조부모가 친부모가 될 경우, 결국 B군으로선 자신을 낳은 친생모를 누나로 불러야 하고, 이는 곧 가족질서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된다”며 “굳이 B군을 입양을 하지 않더라도 조부모인 A씨 등이 후견제도를 통해 B군을 충분히 양육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날 대법원은 조부모의 입양이 손주인 B군의 행복과 이익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용할 수 있다고 봤다.

‘민법 867조’에 따르면 △현재 어떤 환경에서 양육되고 있는지 △양부모가 양육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입양하고자 하는 동기는 무엇인지 등을 고려해 미성년자(손주)의 행복과 이익에 부합한다면 입양이 가능하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조부모인 A씨 등에 의한 입양은 손주 B군의 행복과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가족관계와 질서에 혼란이 초래된다’는 사정만으로 불허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단, ‘B군 사건’의 경우 바로 입양을 허가하라는 취지가 아닌 조부모 A씨에게 B군이 입양될 때 ‘어떤 행복과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우려되는 사정은 없는지’ 등 심리가 부족했다고 판단해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은 친생부모나 B군에 대한 가정조사 및 심문 등을 통해 입양이 B군에게 도움되고, 또 우려되는 점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비교 형량해 복리에 이익이 되는지 판단해야 했다. 이같은 점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입양을 불허한 것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