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조국부터 김진국까지… 文정부 '민정수석 잔혹사'
[정치포커스] 조국부터 김진국까지… 文정부 '민정수석 잔혹사'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1.12.2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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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민정수석 5번 교체… 모두 '불명예 사퇴'
임기 말 문 대통령 국정동력 약화에 레임덕 우려… 與도 비판
아들의 입사지원서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수석의 사의를 즉시 수용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아들의 입사지원서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수석의 사의를 즉시 수용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김 수석이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사의를 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월 4일 김진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민정수석이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이 됐다. 

김진국 민정수석의 아들이 기업에 제출한 입사지원서에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라는 내용을 기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민정수석은 김진국 수석까지 5번 교체됐지만, 모두 '불명예 사퇴'를 하게 됐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특히 이번 김진국 수석의 사퇴는 임기 말 공직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고 레임덕을 앞당길 수 있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하루 만에 사의표명… 문대통령 즉각 수용 

청와대 김진국 민정수석이 21일 사퇴했다. 

아들이 기업에 낸 입사지원서에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라는 내용을 기재해 논란이 된 지 하루 만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수석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들의 입사지원서와 관련해 김 수석이 개입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수석은 현재 본인의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라면서 "(이날 예정된) 국무회의 참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20일 MBC 보도에 따르면 김 수석의 아들 김모씨(30)는 여러 기업에 낸 입사지원서에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다'라는 내용을 써냈다. 

김 수석의 아들 김모 씨는 최근 한 업체의 금융영업직에 지원하면서 '성장과정'에 "아버지께서 김진국 민정수석입니다"라고만 적었다.

'학창시절' 란에는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이라고 썼고, '성격의 장단점' 란에는 "제가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고 각각 적었다고 한다.

'경력사항' 란에는 "한 번 믿어보시라. 저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며 "제가 이 곳에서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썼다.

이를 두고 김씨가 '아빠찬스'를 이용하려고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울러 김씨가 이력서에 기재한 학력은 허위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18년 3월 용인대 격기지도학과를 졸업했다고 썼지만, 해당 학과를 졸업하지 못한 채 다른 대학으로 옮겼다가 자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수석은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며 "있을 수 없는 일로 변명의 여지가 없고,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김 수석의 사과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하루 만에 불명예 사퇴를 하게 됐다. 

◇ '공정' 건드려… 與 일각서도 우려 목소리

김진국 수석의 경우 우리 사회에서 현재 가장 민감한 이슈인 '공정'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파장은 적지 않다. 

특히 여야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한 '가족 리스크'가 정치권을 강타한 상황에서 논란은 더 부각된 모습이다.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김 수석은 투명하다"며 옹호하는 취지로 페이스북 글을 올리자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법무장관이 개인적 확신을 근거로 오지랖 넓게 청와대 참모의 사적영역에까지 선제적으로 방어하려 나서는 모습은 매우 부적절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법무장관의 직분에 어울리지도 않게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사적인 판단을 섣불리 표출함으로써 스스로 적격 시비를 자초했다"며 "사과를 한 민정수석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 뿐 아니라, 자칫 대통령까지 부담을 지을 수도 있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박 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 의원은 "그동안 '내로남불' 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우리당과 후보의 노력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며 '박 장관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거듭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국·김조원·김종호·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조국·김조원·김종호·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 '조국 사태'부터 '최단명 민정수석'까지

김 수석은 문재인 정부들어 5번째 민정수석으로, 임기말 불명예 사퇴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이 논란에 휩싸인 것은 김 수석뿐만이 아니다.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년2개월 간 민정수석을 지낸 뒤,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이후 자녀의 대학입시 특혜 의혹 등 가족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으나 35일 만에 사퇴하게 됐다.

이 35일의 기간을 '조국 사태'라고 칭할 정도로 정국은 조 전 장관 일가의 블랙홀에 빠져있었다. 

특히 당시 검찰개혁 문제까지 맞물리며 진영대결·이념대결로 사회가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2대 민정수석인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청와대의 1주택 보유 권고에도 2주택을 유지하다 자진사퇴한 케이스다.

당시 노영민 비서실장이 다주택 참모들에게 1주택만 보유할 것을 지시했지만, 사실상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강남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김조원 전 수석은 부동산 매각 대상이었으나 시세보다 2억원 높게 아파트를 내놓고 이후 이마저 거둬들여 "처분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결국 문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뒤 사의를 표하고 청와대를 떠나게됐다. 

3대였던 김종호 전 민정수석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갈등을 조율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지자 4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다음 민정수석인 신현수 전 민정수석은 검찰 인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겪고 2개월 만에 직을 내려놨다.

당시 신 수석은 문재인 정부 최초의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서 조율자 역할이 기대됐지만, '최단명 민정수석'으로 기록됐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민정수석의 잦은 교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 "별도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