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커지는 '가족 리스크'… 역대 대선판 살펴보니
[정치포커스] 커지는 '가족 리스크'… 역대 대선판 살펴보니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1.12.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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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자녀, 검증해야 하지만 배우자만큼은 아냐"
여야 모두 상대 후보 향해 '도덕성' 맹공… 논란 커져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1.12.9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 (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오른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모두 가족 관련 사건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후보는 장남 이동호씨가 연루된 불법 도박 논란,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가 받고 있는 허위 이력 기재 의혹에 대해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 검증을 이유로, 혹은 네거티브전(戰)을 이유로 후보나 그 가족들에 대한 논란이 잇따른다. 역대 대선주자와 대통령들은 어떤 의혹에 휩싸였을까.

◇ 이회창 '병풍' 논란에 쓴잔
    김영삼 '소(小)통령' 논란

이회창 전 총리는 두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으로 대선에서 승리를 내줘야 했다. 16대 대선에서 이 전 총리는 한나라당 후보로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맞붙었다.

이 사건은 15대 대선 무렵인 1997년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전 총리 경우 15대 대선에서 여당 대선후보로 출마한 전력이 있다. 대선 과정에서 이 전 총리의 두 아들이 병역 의무 탈피를 목적으로 급격하게 체중을 감소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자연 감소'를 주장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병풍(兵風)'이라 불릴 정도로 여론이 크게 들끓었다. 이 전 총리는 이같은 의혹에 후보로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고 결국 쓴잔을 들이켜게 됐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경우 차남 김현철씨(현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 교수는 당시 '문민 황태자', '소(小)통령'이라 불리는 '실세'였다. 그는 13대 대선에서 '동숭동팀'을 꾸려 여론조사 분석을 실시, 선거 전략을 세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던 중 1997년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당진제철소를 지을 명목으로 불법 대출을 받기 위해 김 교수를 포함한 정계 인사들에게 로비한 일명 '한보 사태'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서 구속된다.

이후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현재 공개적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

◇  이명박, 임기 중 친형 구속돼
    보수 궤멸 부른 朴 '국정 농단'

이명박 전 대통령은 둘째 형 이상득 전 의원이 비리에 연루돼 수감된 이력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2년 솔로몬·미래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구속됐다. 헌정 이래 현직 대통령 친형이 구속된 최초 사례다. 

이 밖에도 2015년 제3자를 통해 포스코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 선고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태로 헌정사상 탄핵 당한 첫 대통령이다. 보수 진영은 이 사건으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에게 180석을 내주는 등 궤멸 직전까지 다다른 뼈아픈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말 퇴임 이후 비자금 조성을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의혹 확산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처음으로 거론되고, 그가 국정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논란을 샀다. 

최씨는 현재 국정농단 혐의로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 李 '빠른 사과' 尹 '거듭 죄송'
    '가족 리스크'일까 '검증'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장남 동호씨 불법 도박 사실이 알려진 이후 빠르게 사과했다. 동호씨는 전날 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2019년 1월부터 최근까지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포커 등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후보는 논란이 불거진 당일 입장문을 발표해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빠른 대처'라고 자평했다. 진상 파악을 이유로 즉시 사과를 내놓지 않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차별화를 위해서다.

조응천 의원은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의 사과는 이재명 후보의 사과와는 대비되는 점이 많다"면서 "이 후보는 여러 가지 사족을 달지 않고 깔끔하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동호씨의 성매매 의혹도 제기돼 빠른 시일내 리스크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이에 대해 조 의원은 "후보의 배우자는 검증을 굉장히 세게 받아야 한다"며 "자녀도 검증은 해야 하지만 배우자만큼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윤 후보는 17일 부인 김씨의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내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자세를 낮췄다. 김씨가 지닌 허위 경력 의혹이 제기된 지난 14일 이후로 사흘 만이다.

윤 후보는 "내 아내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과거 내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를 나와 내 가족, 내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내게 기대하셨던 바를 결코 잊지 않겠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