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갈등 격화… 종전선언 물거품 우려
美, 中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갈등 격화… 종전선언 물거품 우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1.12.07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인권유린” 세계 각국 동참… 중국 “정지척 조작” 반발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하면서 미중 관계가 더 급랭할 것이라는 안팎의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달 15일 첫 화상회담을 열어 대만 문제, 중국 인권 탄압 문제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의견을 나누는 차원의 자리였던 만큼 회담에서 나온 말이 브리핑되거나 결론지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관련 외교적 보이콧 검토를 시작했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파견하되 관행적으로 해왔던 공식 사절단(정부, 정치권 인사) 파견은 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 정치권과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이 검토한 건 중국의 홍콩 인권 탄압, 신장 지구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등 인권 유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외교적 보이콧 단행에 그간 검토 중이라고 선을 그었던 미국 정부가 이날 이를 공식화했다.

선수단까지 보내지 않는 전면 보이콧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정부 사절단만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으로 갈음했다. 이는 사실상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반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의 결정은 다른 서방 국가들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이미 호주, 영국, 캐나다 등은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검토에 들어갔고, 뉴질랜드는 불참 의사를 확정했다. 중국의 인권 유린 문제가 심각하다는 미국의 입장에 공감한 데 따라서다.

외교적 보이콧에 미중관계는 나락으로 치닫고 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력가능 영역에서는 제한적으로나마 공조하는 식의 변화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날 미국의 발표로 회담 이전과 같이 갈등의 골이 깊어진 관계로 돌아가 버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의 방침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미국이 인권을 내세운 것은 가식적인 행동이다. 정치적 조작이자 올림픽 헌장의 정심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오든 안 오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리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은 종전선언을 제안한 한국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의 종전선언을 제한한 이후 베이징올림픽은 종전선언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 이벤트 무대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보이콧으로 찬물이 얹어졌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종전선언 등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으려한 한국의 구상도 물거품이 될 상황에 다가섰다.

당장 한국은 올림픽에 정부 인사를 파견할지를 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올림픽에 공식 사절을 보낸다면 자칫 중국의 인권 유린 행위를 묵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인권이라는 명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통일부는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관련 특별히 언급할만한 사안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베이징올림픽이 동북아와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가 되길 바란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통상적 관례에 따라 중국 측에 체육 관련 주무장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참석자로 제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고 세계 각국의 올림픽 보이콧 추세를 보면서 정부가 이를 다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