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빚, 우울한 세계 2관왕…부동산 정책 실패 탓
한국 가계빚, 우울한 세계 2관왕…부동산 정책 실패 탓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1.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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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규모·속도 1위…유동성 정상화 추진에도 발목

글로벌 부채가 연내 300조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우리나라는 주요국들의 대체적인 흐름과 달리 가파른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증가 상황에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외신과 경제계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가 올해 2분기 전 세계 부채를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부채는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의 유동성 공급 여파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보고서를 인용해, 2분기에만 글로벌 부채는 4조8000억달러(약 5626조원) 늘어 296조달러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3분기에는 300조달러를 넘어서는 셈이다. 세계 부채는 올해 1분기에 소폭 감소했으나 2분기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현재 부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시기와 비교하면 36조달러나 많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특히 IIF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 3주체 중에서는 가계부채 증가가 주도적이며,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의 부채 증가가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측면에서 볼 때 가계 부채는 올해 상반기 동안 1조5000억달러 증가해 55조달러를 기록했다. IIF는 이번 조사에서 거의 3분의 1에 달하는 국가들의 가계부채가 상반기에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2분기 세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약 35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올해 1분기에 비해 9%p 하락했다. 백신 보급이 늘고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경제가 빠르게 반등한 영향으로 보인다. IIF는 강력한 경기 반등 덕분에 조사 대상 61개 나라 중 51개 나라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줄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전체 빚 규모는 커지더라도 GDP 대비 부채 비율 등은 건실하게 개선되는 국가들은 주요국 중심으로 상당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에므르 티프틱 IIF 지속가능성 부문 연구책임자의 분석이 날카롭다. 그는 보고서에서 "가계 부채의 증가는 세계 거의 모든 주요 경제권의 집값 상승과 일치한다"고 해석해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를 부채 늪으로 밀어넣는 주요인임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는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한 세계 주요국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IIF 보고서는 올해 2분기 GDP 대비 한국의 가계부채는 104.2%로, 주요국 37개 나라 중 가장 높았다고 짚었다. 한국은 이들 주요국 가운데 가계부채 규모가 GDP를 웃도는 유일한 국가다.

한국에 이어 홍콩(92.0%), 영국(89.4%), 미국(79.2%), 태국(77.5%), 말레이시아(73.4%), 일본(63.9%), 유로존(61.5%), 중국(60.5%), 싱가포르(54.3%)가 10위 권이지만 100%를 초과하는 경우는 없었다.

부채 증가 속도도 한국이 가장 빨랐다. 지난해 2분기 대비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6.0%p 높아졌고, 그 뒤를 홍콩(5.9%p)과 태국(4.8%p), 러시아(2.9%p) 등의 오름폭 순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부채가 주요국 중에서 가장 위험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선진국형 부채 모델에서 벗어나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선진국은 코로나19 이후 백신 접종 확산 등으로 개발도상국 대비 회복 기조를 보다 강하게 타고 있으며, 부동산 관련 부채가 크지 않은 한 GDP 대비 부채 비율에서도 회복 기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8일 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가계부채의 구조적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은 948조2533억원으로 가계부채의 52.51%를 차지한다. 작년 같은 기간 873조294억 원 대비 8.62%p 급증한 규모다.

이와 함께 기타 대출 중 신용대출 규모는 약 280조원으로 집계되는데,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도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한 이른바 '빚투'나 '영끌' 종잣돈과 무관치 않다.

결국, 가계부채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을 포함한 부동산 관련된 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 일각의 추산이 나올 정도로, 가계부채에서 부동산이 좌우할 수 있는 폭은 크다. 정부 임기 중에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고 이로 인한 대출 확대로 가계부채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한 번 늘어난 가계부채는 조금씩 안정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 문제가 부동산 가격과 연결돼 있어 더 그렇다. 유동성 정상화 추진에 각국이 골몰하는 때, 사실상 우리만 낙오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돈을 푼 것은 맞지만 이것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이 아니다. 가계부채 증가는 과소비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폭등에 기인한다"면서 이 상황에서 금리만 올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