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신용생명보험', 빚대물림 방패될까
가계부채 급증...'신용생명보험', 빚대물림 방패될까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08.22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말 가계대출 1040조 전년동기대비 103조 증가
부채 관리 필요성 확대에 국내 첫 신용생명보험 출시
최근 사망과 상해·질병, 실업 등 채무를 변제하지 못할 경우 보험금으로 미상환 부채를 상환하는 '신용생명보험'이 주목받고 있다.(사진=픽사베이)
최근 사망과 상해·질병, 실업 등 채무를 변제하지 못할 경우 보험금으로 미상환 부채를 상환하는 '신용생명보험'이 주목받고 있다.(사진=픽사베이)

# 30대 주부이자, 세 자녀의 어머니인 A 씨는 최근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여의었다. 슬픔도 잠시, 당장의 생계 걱정에 막막했다. 특히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집 대출금은 남편의 사망 보험금으로도 해결이 안 됐다. 대출금 정산을 위해 보험사에 전화해 보니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부동산담보대출과 함께 신용생명보험에 가입돼 있어 보험으로 남은 대출금이 전액 상환된 것이다. 

우리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의 효과로 포괄·당연승계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재산뿐만 아니라 '당연히' 빚도 혈족에게 상속된다. 

지난 2019년 박선숙 전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은행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2017년까지 가계대출 가운데 상속인에게 승계된 건수는 6577건으로 이에 따른 부채 금액은 8444억원에 달했다. 1명당 평균 1억3000만원이란 빚을 물려받은 셈이다.

◇ 역대 최고 수준 가계부채…빚의 대물림 우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시중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0조1965억원으로, 1년 전(936조5221억원)과 비교하면 103조6744억원(11.07%)이나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한층 빨라졌다. 금융위원회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45조9000억원) 대비 71.7% 급증했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확대에도 7월 한 달간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5조2000억원이 늘었다.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이고, 이 가운데 약 절반(49.34%)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집값에 '더 이상 늦기 전에'라는 생각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받은 가계와 소상공인들의 생활자금 대출도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통화정책 정상화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두 차례 이상 예상되며, 이자 부담 증가가 현실화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주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거나 암과 같은 질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누군가에게는 '빚의 대물림'이란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흔히 말하는 '금수저', '은수저'는 커녕, '무수저'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실제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빚의 대물림'으로 개인파산을 신청한 '미성년자'만 8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빚'을 보험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신용생명보험이 조명받는 이유다.

◇ 신용생명보험 필요성 커졌지만, 국내 시장 '걸음마' 수준

김정우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팀장은 "가계 대출 확대 등 국내 보험들 또한 신용생명보험을 통한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과 보험업에 대한 의무 등 상당 부분 공감한다"면서 "다만 보험업 규제로 인해 은행 내 대출 창구와 보험 가입 창구가 분리돼 대출 직원의 상품 판매 및 안내가 원활하지 않고, 단체 계약의 경우 은행의 판매 수수료 수취가 금지돼 판매 유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필요성은 있지만 보험업에 대한 규제 장벽과 현실적인 판매 여건 탓에 보험사들이 신용생명보험 상품 개발과 판매에 소극적이어서, 실제 소비자가 신용생명보험을 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란 뜻이다.

현재 국내에서 신용생명보험을 취급하는 곳은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단 한 곳이다. 1억원·1년 갱신형 기준 월 보험료는 남자 6600원, 여자는 3600원이다. 중도상환 등 채무 상환이 완료되면 보험은 자동 실효된다.

오준석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액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기지(부동산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해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 대출에 대한 장기 채무상환 리스크 관리는 이제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질병이나 사고 외에도 부채는 물론 비자발적 실업과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한 재물에 대한 위험까지 신용생명보험을 통한 대비책이 일상화됐다며 국내 보험시장도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경희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생명보험에 대한 전체적인 규제 및 감독방안을 정비하고, 소비자 인식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대출실행 과정의 소비자 여정 전체에서 단체 신용생명보험이 필수 구성요소로 자리매김하도록 대출 프로세스를 재구조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김보람 기자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