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중심·편안한집'… 尹 식사장소, 공교롭게 의미심장
'달개비·중심·편안한집'… 尹 식사장소, 공교롭게 의미심장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7.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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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권영세 '달개비' 회동… 文-安 정권교체 모색한 곳
안철수와 '중심'서 오찬… 이적 많은 김영환과는 '편안한집'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식당 '중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식당 '중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야권 유력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계 인사와의 '식사 정치' 행보를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음식점 이름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가는 식당마다 의미심장한 이름을 지니고 있어 '내포한 뜻이 있는 것 아니냐'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윤 전 총장 측은 "내재한 의미는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권위주의 저항의 상징' 달개비

먼저 윤 전 총장은 지난 3일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세 의원과 서울 정동에 있는 '달개비'에서 만난 바 있다.

달개비는 '닭의장풀'이라는 생명력이 강한 야생화의 다른 이름이다. 달개비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건 2012년 대통령 선거 정국 때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독 회동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 식당에서 두 후보가 회동한 것은 난관을 헤치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세론'에 대한 반전의 바람이 녹아 있었단 해석을 낳았다. 이에 앞서선 문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한 손학규 전 대표를 이곳에서 만나 앙금을 털고 협력을 부탁하기도 했다.

달개비 식당은 '생명력을 주는 음식을 낸다'는 뜻으로, 문 후보는 당시 이 식당을 두고 "달개비란 이름이 얼마나 예쁘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문 후보를 지지하는 전·현직 의원 모임 이름도 '달개비'가 됐고,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달개비 좌장 역할을 하면서 문 대통령 당선에 핵심 역할을 했다.

성공회 대성당이 자리한 이곳은 군부정권 때 '민주화의 상징'으로 이름이 났던 세실 레스토랑이 있었다. 성공회 대성당 별관 지하에 있어 시위를 하다 도망친 민중이 찾았던 곳이다. 일종의 치외법권이 작용돼 경찰이 쫓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대통령 직선제' 요구 당독문을 읽은 것도 이곳이다.

정·관계 인사와 경제인이 달개비를 자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비밀 유지가 잘 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모든 방이 따로 설치돼 있고, 격실 구조로 방음이 잘되는 편이다.

더 거슬러가면 이곳은 조선시대 때부터 비밀 회동이 잦았던 곳이기도 하다. 조선 세조는 수양대군 시절 이곳에 있던 사저에서 측근들과 왕권을 꿈꿨던 것으로 잘 알려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이 3일 오후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이 3일 오후 중구의 달개비 식당에서 만나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심'서 만나 "중도확장·실용정치"

윤 전 총장은 지난 7일에는 서울 종로에 있는 중식당 '중심(中心)'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확실한 정권교체를 통해 야권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고, 실용정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각자 국민의힘과의 입당·합당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 통합 주도권을 최대한 확보하겠단 의중으로 읽힌다.

이곳은 안 대표가 2012년 정치 입문 때 '진심캠프'가 있던 건물 안에 위치한다. 안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윤 전 총장에게 이를 소개하며 "오면서 그 당시 초심을 생각했고, 오늘 만남에서 그때 제 생각도 진솔하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정치 대선배시니 좋은 말씀을 부탁드린다"고 화답했다.

이들은 회동에서 정치·경제·외교·노동 등 사회 각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소득주도성장·탈원전정책·전국민재난지원금 등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잘못된 점을 고치고 바로 잡아야 한다는 데 입장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인사는 나아가 정권교체를 위한 선의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임을 확인했다는 게 윤 전 총장 측 설명이다. 

또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만나고, 정치적·정책적 연대·협력을 위해 필요한 논의를 계속 이어 나가겠다'라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야권 중심에 서겠단 의지를 피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진보→중도→보수 김영환과 '편안한집'

윤 전 총장은 8일 오후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편안한집'에서 만찬을 예정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새정치국민회의에서 본격 정치를 시작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선 새천년민주당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2004년 17대 총선에선 낙선했다.

이후 2006년 민주당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었지만, 박주선 의원이 전략 공천(공직선거후보자추천)되면서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다. 2008년 민주당을 탈당했고, 18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3선 중진에 성공한 후 같은 해 18대 대선에 출마했지만, 당내 1차 경선에서 컷오프(탈락) 당했다. 이어 2016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했다. 20대 총선에 도전했지만, 4선 고지에 이르진 못했다.

또 2018년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에 찬성하면서 중도보수 성격의 바른미래당에 합류했고,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도전했지만, 3위를 기록했다.

이후 바른미래당 당대표 선거에서 떨어지고, 2020년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 등 중도보수와 정통보수가 모인 통합추진위원회에 합류했다.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21대 총선에 도전했지만, 낙선해 야인으로 남았다.

김 전 장관은 윤 전 총장과 팽팽하고 맞서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저격수로도 불린다. 최근 다시 도마에 오른 이 지사와 배우 김부선 씨의 스캔들(외도)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게 김 전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6일 이 지사가 해당 의혹을 두고 "바지를 한 번 더 내리느냐" 격분하자 "바지를 입고 당장 분당경찰서로 가라"고 비꼬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번 회동과 관련해 "정권교체를 위해 만날 수 있는 분은 누구든지 만나려고 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워장이 윤 전 총장 대망론을 부정적으로 전망하자 "대통령이 되고도 남는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윤 전 총장 측 "의미는 없다"

이같이 주목을 받는 식당 이름이나 장소에 대해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주 가는 식당이고, 대부분 장소도 상대쪽에서 먼저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식당이나 장소 약속을 잡을 때 저희가 잡은 건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미를 부여하자면 조금 더 신중한 곳으로 택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