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SICA "미래 협력 강화" 공동선언… 가져올 경제 효과는
한-SICA "미래 협력 강화" 공동선언… 가져올 경제 효과는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6.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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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8개국, GDP 3300억달러 규모 미주 물류 중심지
친환경·디지털 등 국내 우수기술 활용해 인프라 구축
韓, 아시아 최초 중미와 FTA… 시장 점유율 확대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제4차 한-중미통합체제(SICA) 정상회의에서 비니시오 세레소 SICA 사무총장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제4차 한-중미통합체제(SICA) 정상회의에서 비니시오 세레소 SICA 사무총장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중미통합체제(SICA·시카) 회원 8개국과 미래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가운데 국내 기업의 중미 시장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특히 상대국에서 친환경·디지털 인프라(시설) 교류를 요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미 지역국은 환경 개선을 지원받고, 한국은 시장 진출의 가도를 넓힐 것이란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4차 한-시카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한 후 미래 협력과 관련한 교류와 실질 협력, 개발 협력, 지역 협력 등의 세부 조항으로 구성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양측은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 대비 새로운 포괄적 협력 관계 구축 △양국 국민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한-SICA 관계 적극 강화 △녹색·디지털 등 분야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 상생발전 모색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 등으로 시카 내 친환경 교통망 구축 등 협력 확대 추진 △디지털 정부와 디지털 농업 등 분야 협력 강화 추진 △한-시카 협력기금 재개 환영 및 실질 협력 진전에 동 기금 활용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등 신탁기금을 활용 및 기후변화·디지털·보건 의료 등 협력 확대 등에 합의했다. 나아가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한국 정부 노력 평가도 선언문에 포함했다.

청와대는 "양측은 기후변화와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유행)이 가져온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회복·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글로벌(세계적) 협력의 중요성에 주목했다"며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한민국과 시카 회원국 간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팬데믹으로 심화된 전 세계적인 도전과제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하에서도 한-시카 지역 간 문화·기술 등 분야에서 교류가 지속돼 온 점에 주목하고, 특히 2020년 한-중남미 미래협력포럼, 2021년 한-중남미 디지털협력포럼 및 13차 한-시카 대화 협의체를 통해 시카 지역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관심 분야에서 한국의 협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양측은 한국의 그린 뉴딜(친환경 대공황 극복) 정책과 시카 회원국의 환경보호·탈탄소화 전략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의 달성이란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음에 주목했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녹색기술,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자원 시설) 및 친환경 교통 인프라 구축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게 청와대 측 부연이다. 특히 양측은 한국의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시카 지역 내 친환경 교통망 구축 및 연계성 강화에 대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ICT(정보통신기술)·디지털 정부 시스템(체제) 구축 등 디지털 연계성 강화와 디지털 농업 등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상호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카 지역의 경제·사회 발전과 역내 통합에 기여하기 위해 한-시카 협력 기금 사업 재개 의사를 알리고, 시카 정상은 현지 수요에 부합하는 실질 협력의 진전을 위해 활용할 것을 표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함께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온두라스에는 2024년까지 2억2000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양측은 IDB(미주개발은행) 및 CABEI 내 한국이 출연한 신탁기금을 통해 시카 지역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과 시카 지역 간 지속 가능한 인프라, 녹색경제, 자연재해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디지털 전환, 사회 통합, 보건·의료 등 제반 분야에서의 협력이 증진될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하기도로 합의했다.

나아가 '한-중남미 농·식품 기술협력협의체(KoLFACI)'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한 품종 개량 등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도 했다. 특히 2022년도 KoLFACI 4차 총회를 계기로 디지털 농업과 탄소중립 등 농업 기술 협력 확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로 했다.

시카는 중미지역의 통합과 발전을 목표로 1991년 발족한 지역 기구다. 코스타리카, 파나마, 니카라과, 도미니카공화국,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벨리즈로 구성했다. 한국은 2012년 역외 옵서버(참관인)에 가입했다.

시카는 약 6000만 인구, 약 3300억달러 규모의 GDP(국내총생산)를 보유한 미주 지역의 교역·물류 중심지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대미 생산기지 인접국 이전(니어쇼어링)의 수혜 지역으로 유망 신흥 시장으로 부상 중이기도 하다.

시카 8개국은 또 한국의 전통 우방국으로서 한국은 지난 3월 한-중미 FTA(자유무역협정) 전체를 발효했고, CABEI에 가입해 한국의 대시카 협력 여건을 강화한 바 있다.

특히 중남미 지역은 2020년 기준 한국의 해외 건설 수주 비중의 20%, 총 69억달러를 차지한다. 중동38%, 아시아 33%에 이어 세 번째다. 올해 상반기 중남미 지역에서 브라질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 하역 설비 등 약 50억달러를 수주했고, 하반기엔 코스타리카 광역수도권 전기열차 사업 15.5억달러, 도미니카공과국 천연가스 복합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 10억달러 등에 한국 기업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청와대 주요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 따른 기대효과와 관련해 "중미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지리 경제적 허브(중심지)이고, 미주 지역 물류의 중심"이라며 "특히 미국 셰일 혁명과 파나마 문화의 확장 개통, 미국 석유와 LNG(액화천연가스) 등 원자재 주요국"이라고 부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미국 생산 인접국 후보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경우에는 200개 이상이 진훌해 있어 상호보완적 경제 구조로, 기업 진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또 "중미는 한국을 발전의 롤모델(모범국)로 삼고 있어 한국으로선 (시카) 요청에 따라 양측 간 전략 협력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과 스페인 국빈방문 당시에도 중미 지역 안정화를 위한 협력 확대를 논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서도 지난 3월 있었던 중남미 디지털 포럼에 8명의 장·차관이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경우 중미 3개국에서 방한한 5명의 인사를 따로 시간을 내 접견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정상회의에 따른 기대는 문 대통령의 이전 외교와도 연계돼 있다. 이 관계자는 "스페인과 중남미가 문화·역사적으로 유대 관계가 깊기에 스페인과의 협력이 중남미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스페인에서) 관광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실시했는데, 중남미 관광 교류도 확대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청와대 주요 관계자 역시 "아직 유망하면서 선점할 필요가 있는 시장 중 하나가 중미 시장"이라며 "미국 동부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 원유 등이 모두 파나마 운하를 거친다"고 복기시켰다. 덧붙여 "국내 기업이 중국이나 동남아, 미국으로 진출했는데 미중 갈등 등에 따라 다른 대안 생산기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미는 임금이 낮고 미국과 가깝다는 것과 함께 FTA(자유무역협정)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여러 모로 공략할 수 있는 전략적 시장"이라고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한국과 중미 사이 가장 큰 장애물은 거리"라며 "디지털화가 지속되면서 지리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 한국 제품이 인기가 많다는 점에서 온라인 직구와 역직구 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사업의 경우 "중미에 가보면 에너지나 전기 가격이 굉장히 높다"며 "중미 산업 경쟁력을 저하하는 큰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한국의 경쟁력 중 하나인 에너지 고효율을 현지에서 고나심 있게 보는 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나아가 스페인과의 해외건설 수주 확대 협력이 중남미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