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내세운 주거 정책기관…부동산 정책 '반신반의'
'비전문가' 내세운 주거 정책기관…부동산 정책 '반신반의'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1.05.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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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LH·HUG 신임사장에 '비주택' 인사 선임
전문성 결여 vs 정무 감각 중요…평가 '엇갈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사진=국토교통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사진=국토교통부)

주택 관련기관 수장에 '비전문가'가 잇달아 임명됐다. 정부부처인 국토교통부를 시작으로, 주택 관련 정책을 수행하는 공기업 LH와 HUG 수장에도 주택과 부동산 경험이 없는 인사가 선임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거 정책에 대한 전문성 결여를 우려하는 시선과 기존 정책에 대한 실행감각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달 말 LH 신임사장으로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취임했다.

김 사장은 공직에 입문한 후 국세청장을 비롯해 조사국장과 대통령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에서 근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LH 사장 취임 전 주택과 부동산 관련 기관에 몸담은 이력은 없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또한 주택 분야 비전문가로 여겨지는 권형택 사장을 새 수장으로 맞이했다. 권 사장은 홍콩상하이은행(HSBC) 상무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략사업본부장, 김포골드라인운영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주거 관련 정책에 키를 쥐고 있는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노형욱 장관이 내정됐다. 노 후보자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 등에 몸담아온 인사로, 부동산과 주거 관련 경력은 전무하다.

이들은 모두 주택과 도시 등 부동산 문제를 다뤄보지 않은 인사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현준 LH 사장에게 전문성 결여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권형택 HUG 사장(왼쪽), 김현준 LH 사장. (사진=연합뉴스·LH)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최근 불거진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사태에 대한 쇄신 성격이 짙은 인사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과 주택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인 만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우려가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문성보다는 LH 사태 등으로 공직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거나, 정무적 감각에 더 초점을 둔 것 같다"며 "그러나 전문성을 살려야 하는 분야인 만큼 부동산 정책 관련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방향성이 이미 정해졌고, 남은 기간이 짧다는 점에서 전문성보다는 정무감각과 실행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책을 새로 설정하는 시기가 아닌 만큼, 기존 정책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게 우선적이라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부 정책을 마무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공급 등에 대한 방향성은 이미 갖춰진 만큼, 사실상 기존에 진행 중인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책무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 기존 정책에 대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내세운 기존 정책을 잘 수행한다면 전문성에 비해 크게 문제가 될 인사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수장은 방향성을 정하고, 실무는 직원들이 하는 것인데, 방향성은 이미 정해진 만큼 기존 정책에 대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미 발표된 정책들을 잘 마무리하고, 수행한다면 문제가 될 인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