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금법 개정안, '빅브라더 법'"
한은 "전금법 개정안, '빅브라더 법'"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2.1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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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거래정보 수집, 소비자 감시수단 될 수 있어"
서울 중구 한은 본원. (사진=신아일보 DB)
서울시 중구 한은 본원. (사진=신아일보 DB)

한국은행이 금융위원회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놨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가 사실상 금융결제원을 통해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업체들의 모든 거래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소비자를 감시하는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은은 17일 "한은은 지급결제시스템을 최종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으로서 지급결제시스템이 '빅브라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번 전금법 개정안에 개인정보 수집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일부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빅테크 업체들은 고객의 모든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수익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또 개정안은 빅테크 업체들의 이같은 정보 제공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률 적용을 면제하고 있다.

이에 양기진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5일 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빅브라더 이슈를 제기했고, 한은은 이와 관련해 국내 법무법인 두 곳에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 그 결과 한은은 이번 개정안이 '빅브라더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해당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고 나섰다.

한은은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을 통해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업체들의 모든 거래정보를 별다른 제한 없이 수집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인터넷쇼핑 등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내부 거래까지도 정부가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로펌과 한은은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 정부도 빅테크 업체의 내부거래를 들여다 보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고, 세계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금융위는 빅테크 업체 거래정보 수집의 이유로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들고 있지만, 이는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지켜보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기관이 개인의 거래정보를 과도하게 취득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에 따른 '필요 최소한의 수집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 제17조 및 제10조에 근거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도 침해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