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글로벌 100대 기업 신규 진입 '전무'…"법제도 혁신 시급"
10년간 글로벌 100대 기업 신규 진입 '전무'…"법제도 혁신 시급"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12.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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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국제비교로 본 우리 기업 신진대사 현황과 정책시사점'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 57% 불과, 미국 70%, 중국 98%, 일본 81%
생계형 창업만 집중…"신산업 구조전환 골든타임 얼마 안 남았다"
한국과 글로벌 주요국의 기업생태계 신진대사 현황 진단. (출처=대한상의)
한국과 글로벌 주요국의 기업생태계 신진대사 현황 진단. (출처=대한상의)

지난 10년간 한국 기업의 글로벌 100대 기업 신규 진입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의 순환지표라고 할 수 있는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은 미국·중국·일본과 비교해 저조하고, 신기술 기반의 기회형 창업보단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창업에만 치중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국제비교로 본 우리 기업의 신진대사 현황과 정책시사점’ 보고서를 13일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10년 간 민간부문의 GDP 성장기여도는 2011년 3.6%에서 지난해 0.4%까지 하락한 근본원인을 추적한 결과, 기업 신진대사 부진이 주 요인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우선 기업 신진대사의 가장 상층부에 있는 ‘글로벌 100대 기업(Forbes global 2000, 매출·자산·시총·순이익 등 종합산출)’에 신규 진입한 기업 수를 경쟁국과 비교했는데, 2010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기업이 9개, 중국 11개, 일본 5개로 나타난 반면에, 한국 기업의 신규 진입은 전혀 없었다. 

올해 발표된 글로벌 100대 기업의 국가별 분포에서 한국은 삼성전자 1개사에 불과했다. 미국 37개, 중국 18개, 일본 8개 등 주요국들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수치다. 

한국과 미국의 ‘10대 기업 입출 현황(Fortune global 500, 매출액 기준)’을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10년 간 미국은 10대 기업 중 7개가 바뀌는 동안, 한국은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KB금융그룹 등 단 3개만 교체됐다. 교체된 기업 업종의 경우, 미국은 에너지·제조업이 IT·헬스케어 등 신(新)산업으로 대체된 반면에, 한국은 신산업분야 출현이 전혀 없었다.

대한상의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4차 산업혁명 물결이 가속화되고 있어, 혁신강국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신산업 구조전환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의 순환을 상징하는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의 경우에도 글로벌 평균보다 낮았다.

대한상의가 지난 3월 발표된 ‘Forbes World’s Billionaire 2020’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 자산가 중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은 한국이 57.1%로 나타났다. 전체 28명 중 16명 수준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70%, 중국 98%, 영국 87%, 일본 81%  등 주요국들은 80~90%대로 한국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의 경우, 글로벌 평균인 69.7%에도 못 미친다. 

대한상의는 지나친 정부 규제를 주 원인으로 꼽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미국이나 중국에선 신산업분야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회에 올라타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은 반면, 국내에서는 기득권 보호 장벽과 신산업 리스크를 원천 봉쇄하는 수준의 법제도가 기업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며 “창업을 통한 부의 순환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기업 신진대사의 가장 아랫단인 창업 풍토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창업기업 가운데 기술에 기반한 ‘기회형 창업’의 비중은 올해 상반기 14.4%에 그친 반면, 생계형을 비롯한 나머지 비(非)기회형 창업 비중은 85.6%에 달했다. 기회형 창업기업 비중의 변동 추이에서도 2016년 상반기 16.5%에서 올해 상반기 14.4%로 소폭 감소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창업의 62.3%, 폐업의 65.8%는 생계형 업종인 부동산과 요식업, 도소매업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포화시장인 ‘레드오션(Red Ocean)’이지만,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진입하고 쉽게 망하는 ‘Easy come easy go’ 생태계가 형성된 상태로 분석했다. 

OECD 통계(2014)를 보면, 국내 생계형 창업 비중은 63%로 미국의 26% 등 주요국들보다 높지만, 기회형 창업 비중은 21%로 미국의 54%보다 낮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기회형 창업이 늘고 자수성가 기업인이 많이 나와야 경제·사회 전반의 룰(Rule)이 속도감 있게 바뀌며 투자와 혁신이 촉진된다”며 “현행 법 제도는 정해진 것만 가능해 없는 것을 창출해야 하는 신산업·스타트업들의 기회를 원천 제약하는 만큼 낡은 법제도 전반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