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병 교수 "자유여행 가는 것"… 2월 베트남 여행 등도 알려져
與 잇단 악재에 민심이반 가속화 우려… 김태년도 "부적절 행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요트 구입을 위해 해외 여행을 떠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교부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외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에서 여행을 떠난 것으로, 당장 여야 할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의 우리 공무원 피살사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의혹 등 여권발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민심 이반이 더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행 항공편에 탑승했다.
그는 탑승 전 공항에서 만난 KBS 취재진이 출국 목적을 묻자 "그냥 자유여행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는 지적에는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다. 그러면 맨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지난달부터 자신의 블로그에서 뉴욕의 한 선주로부터 요트를 구입해 카리브해까지 항해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3월 해외여행 계획에 대해서 연기나 취소를 당부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으며, 매달 이 조치를 연장해오고 있다.
그러나 주무 부처 수장의 배우자가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교수가 코로나 사태 초창기였던 지난 2월 베트남 여행 최소화 권고 중에는 베트남 호치민 여행을 했으며, 돌아온 직후 카리브 해에 위치한 프랑스령 섬 마르티니크 여행을 한 것으로도 전해지며 여론은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여야는 너나 할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위공직자, 그것도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하신 행위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며 "부적절한 행위를 하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맹공을 퍼부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 지침에 따라 고향으로 갈수도, 부모 자식간의 정도 마음 편히 나눌 수 없었던 추석이었다"며 "국민에게는 해외 여행을 자제하라고 틀어막으면서 장관 가족은 '내 삶을 다른 사람 위해 양보할 수 없다'며 유유히 출국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코로나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죽어나가는데, 고관대작 가족은 여행에 요트까지 챙긴다"고 꼬집었다.
황규환 부대변인도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며 참고 견뎠던 국민들 입장에서는 참담하고 허탈하다"며 "유시민 이사장의 말대로 '배운 게 죄인 고급스러운' 그들의 삶은 국민들과 다르긴 다른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가족의 책임을 공직자에게 연장하는 게 어떤지 제가 자세히 들어보지 모르겠다"며 비교적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