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업계, 유가 하락·수요 부진에 비관론 팽배
글로벌 석유업계, 유가 하락·수요 부진에 비관론 팽배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10.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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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더치셸·BP 주가 25년 만에 최저치
최근 5년 로열더치셸(왼쪽)과 BP 주가 차트. (자료=google)
최근 5년 로열더치셸(왼쪽)과 BP 주가 차트. (자료=google)

글로벌 석유업체들이 코로나19 이후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활동 제약으로 세계 석유 수요 회복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1일(이하 현지 시각)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7%(1.50달러) 떨어진 38.7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WTI의 가격 선이 배럴당 38달러면 대부분의 석유 회사들은 이윤을 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의 완만한 경기 회복에도 재택근무 등 이유로 교통과 항공운송산업 수요의 큰 폭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석유·셰일가스 기업들은 극심한 재정압박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주요 회사들의 주가는 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등 미래 경쟁에 대한 장기적인 우려와 결합돼 10년 단위 수준의 최저점으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셰일 기업들의 주가는 올해 전체 증시가 소폭 상승했음에도 약 57% 하락했다. 다국적 대형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셸(RDS.A) plc는 -3.73%, 영국 석유 최대기업인 브리티시 페트로리엄(BP) plc도 3.11% 떨어졌다. 메이저 석유사들의 주가가 모두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같은 날 엑손모빌(XOM)은 -3.47%, 셰브론은 2.13% 각각 내렸다. 

◇ 대기업은 인력 감축·중소업체는 줄파산 신청 

엑손모빌과 로열더치셸은 주요 사업부문이 여름과 초가을 내내 고전했으며, 이는 3분기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이번주 발표했다. 

이날 엑손모빌은 산유국 실적이 올해 2분기 18억달러 수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천연가스와 정제사업은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애널리스트들는 이 회사가 이달 30일 3분기 실적 보고에서 5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로열더치셸은 지난달 30일 광범위한 구조조정으로 최대 9000명의 직원을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인력의 약 10%에 달한다. 또, 석유 및 가스 생산 사업에서 2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등 3분기 실적 부진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엑손모빌도 향후 구조조정 가능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중소 석유업체는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셰일가스 업체 오아시스 페트롤리업은 올해 최소 30개 이상의 다른 석유·셰일업체와 함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 세계 석유 수요,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못할 것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미국 라이스타드(Rystad)는 원유가격이 배럴달 40달러 안팎을 유지하는 경우 오는 2022년 말까지 북미 석유 및 가스 생산업체 150여곳이 추가로 파산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거래회사인 비톨그룹은 이번주에 유가 상승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에너지정보청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1100만배럴 이하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올해 초 일간 1300만배럴에서 줄어든 수준이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최근 조사에서 석유·가스회사 경영진의 3분의 2가량은 미국 내 석유 생산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메이저 석유사들의 마진도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국제유가와 3개월 이상 시차를 두고 영향을 받는다. 이는 지난 4월 유가 급락의 충격이 3분기 실적에 가시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본질적으로 장기적 석유 수요에 대한 의구심도 업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브리티시 페트로리엄은 지난달 세계 석유 수요가 이미 최고조에 달했을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브리티시 페트로리엄와 로열더치셸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석유회사는 앞으로 10년간 재생 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엑손과 쉐브론 등 대다수 미국 석유·셰일기업들은 화석연료에 전념하고 있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