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코로나 위기에도 경영 다툼…의사결정 차질 우려
한국타이어, 코로나 위기에도 경영 다툼…의사결정 차질 우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8.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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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E시장 점유 못하고 해외선 영업활동 위축
누나편 선 조현식 부회장…위기대응 능력 의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사진=한국타이어)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사진=한국타이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최근 오너 일가의 갈등이 심화되며 판매 회복을 위한 의사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위기가 심화된 상황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력 자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702억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3.6% 감소했다. 코로나19로 국내 공장 가동 일수가 줄어 원가가 상승하고, 유럽과 미국 시장의 신차·교체용 타이어 수요가 감소한 탓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에도 잇따른 신차 출시 등으로 자동차시장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되나, 타이어업계는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해외 브랜드를 신차용 타이어로 채택하면서 별다른 이득을 얻지 못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지난 2015년 현대 제네시스에 공급한 타이어가 편마모에 따른 진동·소음 등 품질 논란을 겪은 뒤, 현대·기아차 신차용 타이어 계약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해외지사 유지비로 약 37억8000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약 48억5000만원을 지출한 것과 비교해 약 22% 감소한 수치다. 해외시장 판매 활동이 위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국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경영권 분쟁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이다.

조양래 회장의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지난 6월 조 회장으로부터 그룹 지분 23.59%를 모두 인수받아 42.9%의 지분을 보유한 그룹 최대 주주가 됐다. 조 회장은 그룹의 후계자로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아닌 차남을 택한 것이다.

이에 조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말 “(아버지가)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조현식 부회장도 지난 25일 조 회장의 성년후견 심판 절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누나 조희경 이사장을 공식 지지했다.

이 같은 경영권 분쟁은 위기상황에 놓인 그룹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식 부회장의 조희경 이사장 지지는 조현범 사장의 최대 주주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기 때문이다.

형제간 경영권을 두고 기 싸움이 계속되면, 한국타이어의 경영활동에 제약이 돼 위기대응 능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사명을 바꾸고, 지난 5월 판교테크노밸리로 본사를 이전하는 등 새로운 경영 비전과 계획에 힘쓸 것처럼 보였지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져 의사결정에 차질이 생기는 등 경영을 제대로 펼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