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능력지수, 4년간 연 0.7%…20년 만에 '최저'
제조업 생산능력지수, 4년간 연 0.7%…20년 만에 '최저'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08.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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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2015년 연평균 4.7% 대비 7분의 1 수준
한경연 "고용인원 기준 상위 4대 업종 정체·하락"
연도별 제조업 생산능력지수(왼쪽)·제조업 생산능력지수 연평균 증가율. (자료=한경연·통계청)
연도별 제조업 생산능력지수(왼쪽)·제조업 생산능력지수 연평균 증가율. (자료=한경연·통계청)

최근 4년간 국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의 연평균 증가율이 20년 만에 최저치인 0.7%(5년 단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10대 제조업 중 고용인원 기준 상위 4개 업종의 생산능력은 정체 또는 하락하면서 국내 고용 환경의 직접적인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 1991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지수는 설비·인력·노동시간 등 제조업 환경을 정상적인 상태로 가정할 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실적을 의미한다.

이번 한경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2019년과 2018년 각각 103.0과 102.9로 나타나, 2017년 정점(103.1)을 기록한 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5년 단위 연평균 증가율은 1996년~2000년이 7.4%로 가장 높았고, 2016년~2019년(4년간 연평균 증가율 적용)은 0.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4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지난 1991년~2015년 연평균 증가율인 4.7%의 7분의 1 수준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상위 10대 제조업(2018년 생산액 기준)의 작년 생산능력을 기준연도인 2015년과 비교했다. 이를 통해 상승형과 정체형, 하락형 업종으로 분류하고, 유형별 생산액과 고용 비중을 분석했다. 

10대 제조업 유형별 생산액 비중(왼쪽) 및 고용 비중. (자료=한경연·통계청·고용노동부)
10대 제조업 유형별 생산액 비중(왼쪽) 및 고용 비중. (자료=한경연·통계청·고용노동부)

작년 10대 제조업 중 생산능력이 2015년보다 1% 이상 오른 상승형 업종은 △전자부품(20.1%) △화학(8.0%) △석유정제(6.9%) △식료품(6.1%) △전기장비(6.3%) 5개로, 전체의 절반에 그쳤다. 이들 상위 5개 업종의 생산액은 전체 생산액의 55.1% 비중을 차지했다. 

이 기간 정체형 업종은 자동차·트레일러와 1차 금속으로 각각 0.7%와 0.2% 하락했다. 기타 기계·장비는 0.0%로 변동이 없었다. 정체형으로 분류된 이들 3개 업종이 10대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생산액 비중은 34.1%로 나타났다. 

하락형 업종은 금속가공제품과 고무·플라스틱으로, 각각 8.5%와 3.6% 하락했다. 생산액 비중으로는 전체의 10.8%를 기록했다. 

고용 비중을 보면, 상승형 39.7%, 정체형 35.2%, 하락형 25.1%로 나타났다. 정체 또는 하락형 업종이 국내 10대 제조업 고용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경연 경제정책팀은 "고용인원 기준 제조업 상위 5개 업종 중 4개 업종의 생산능력이 정체 또는 하락형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고용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지수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어, 이들 업종의 일자리 해외 유출 등 고용환경의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용인원 기준 상위 5대 업종은 △기타 기계 및 장비 43만8027명(16.2%) △금속 가공제품 40만3309명(14.9%) △전자부품 등 39만8436명(14.7%) △자동차 및 트레일러 35만5129명(13.1%) △고무 및 플라스틱제품 27만7107명(10.2%) 순으로 나타났다. 

2015년·2018년 금속가공제품 업종 국내 및 해외 고용 변화. (자료=한경연·고용노동부·수은)
2015년·2018년 금속가공제품 업종 국내 및 해외 고용 변화. (자료=한경연·고용노동부·수은)

특히, 한경연은 한국수출입은행의 2018 회계연도 현지법인 업종별 자료를 인용해, 10대 제조업 중 생산능력 하락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난 금속가공제품 업종의 해외 고용 대비 국내 고용 둔화를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금속가공제품 업종의 해외 현지법인 고용인원은 2015년보다 47.5%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국내 고용인원 증가율은 3.9%에 머물렀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밸류체인이 재편되면서, 전 세계 각국이 리쇼어링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기업관련 규제 개선, 각종 투자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경쟁국 대비 제조업 경영환경의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국내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