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이유 있는 '외모지상주의'…"귀여워야 잘 팔려"
카드업계, 이유 있는 '외모지상주의'…"귀여워야 잘 팔려"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07.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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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미니언즈·펭수 등 인기 캐릭터 모시기 치열
줄 수 있는 혜택 '한정적' 현실에 차별화 전략 속출
(자료=각 사)
캐릭터가 적용된 카드 디자인. (자료=각 사)

카드사들이 라이언과 미니언즈, 펭수 등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감성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화와 방송, 메신저 등을 통해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가 카드 소유욕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별로 제공하는 혜택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잘 선택한 캐릭터 하나가 효과적인 차별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3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 6월 'KB국민 오버액션 노리 체크카드'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2월17일 'KB국민펭수 노리 체크카드'를 내놨다.

이들 카드는 모두 인기 캐릭터를 디자인에 활용한 상품으로, 펭수카드는 지난 22일까지 37만여장이 발급됐다. 이는 월 평균 7만4000장 수준이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펭수는 직장인 등 2030세대가 선호하는 캐릭터며, 오버액션 토끼는 당시 1020세대가 선호하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중 선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도 캐릭터 카드로 마니아층을 공략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작년 3월 선보인 '미니언즈 체크카드'는 지난달 말까지 약 65만장이 발급됐다. 미니언즈는 글로벌 미디어사 NBC유니버셜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다.

신한카드는 지난 6월12일 후속작으로 '헤이영 미니언즈 체크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첫 카드 흥행으로 이번 2차 출시 때는 협업사(NBC유니버셜)에서 디자인을 직접 선별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NH농협카드는 작년 11월28일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를 선보여 출시 후 5개월간 50만장을 발매했고, 올해 4월 후속작 '어피치 스윗 체크카드'를 내놨다. 라이언과 어피치는 카카오프렌즈 대표 캐릭터다.

삼성카드도 작년 6월 간편결제 업체 페이코의 캐릭터 '페이코메이트'를 결합한 신용카드를 선보였고, 올해 4월에는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캐릭터가 들어가 있는 귀여운 상품을 좋아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어, 고객들 니즈에 맞는다면 캐릭터 상품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의 활용 방안은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드업계는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젊은 고객층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업계의 경쟁이 단순한 혜택을 넘어 카드 자체가 주는 재미와 즐거움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자료=각 사)
캐릭터가 적용된 카드 디자인. (자료=각 사)

또 다른 배경으로는 타 업권 대비 강도 높은 규제환경과 위험요인 등 다수 카드사 간 지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업카드사 7곳과 은행, 유통계를 포함한 국내 신용카드 사업자 수는 총 22개사에 이른다. 최근에는 간편결제 핀테크 업체들까지 가세하는 등 카드업계는 치열한 경쟁의 환경에 놓였다. 차별화가 쉽지 않은 금융서비스 상품의 특성을 떠안고 고심하는 사이, 캐릭터 카드는 써볼만한 마케팅 수단으로 성장한 것이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캐릭터 마케팅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나타나는 양상인데, 금융권의 경우 실제적으로 상품에 대한 차별화가 어려우니 소비자들한테 정서와 가치를 전달하는데 유용한 수단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도 "고객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은 한정적인 범위 내에서만 가능해 대부분 카드사들이 엇비슷한 수준"이라며 "다른 측면에서 차별화를 찾으려고 하다보니, 특정 세대들에게 맞는 캐릭터를 통해 맞춰보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 카드는 20~30대를 주로 겨냥하지만, 연령대별 인지도 폭이 넓은 캐릭터는 10대와 40대 등에게까지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 펭수 카드 고객의 경우 20~30대 비중이 70%대로 높지만, 10대와 40대 등 타 연령층에게도 인기가 높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캐릭터에 대한 인지도와 가치 전달이 유아용 TV애니메이션 중심이었는데, MMS(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를 활용한 새로운 플랫폼이 대두되면서, 일상적으로 성인들이 접하는 플랫폼 안으로 캐릭터들이 대거 진입한 상황"이라며 "일상적인 사용과 노출 빈도가 늘면서 캐릭터가 갖는 파워가 확대됐고, 이로 인해 캐릭터 자체에 대한 수요 계층도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