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뒤늦게 팬데믹 선포… 늑장 대응 비난 여론
WHO 뒤늦게 팬데믹 선포… 늑장 대응 비난 여론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3.1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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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팬데믹 선포 늑장 대응 논란.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WHO 팬데믹 선포 늑장 대응 논란.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12일 세계적 대유행병, 즉 팬데믹(pandemic)을 선포했지만 이를 두고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의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침묵하다가 세계 110개국에서 12만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오자 그제야 이를 팬데믹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로 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이다. 감염병은 위험도에 따라 경보단계를 1단계부터 6단계까지 나누는 데 팬데믹은 최고 단계에 해당한다.  

팬데믹이 발표된다고 해서 당장 각국의 방역 조치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억제에서 완화로 정책이 전환될 수 있다. 억제는 환자를 격리하고 접촉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전염 확산을 막는 것이고, 완화는 언제 어디서든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휴교, 대규모 행사 연기, 최소 등으로 확산 가능성을 줄여 바이러스를 저지하는 것이다. 

국제기구가 질병 위험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지정하면 각국은 그에 따른 강화된 방역을 계획하게 돼 질병 확산을 막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에 그간 질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점을 들며 확산 방지를 위해 WHO에 팬데믹 선포를 주문해왔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낸시 메소니에 국장, 하버드 대학 전염병학자 마크 립시치, 홍콩대 의학부 학장인 가브리엘 렁 교수, 독일의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 등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를 팬테믹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WHO는 지난 1월30일에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지난 2월28일에는 글로벌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상향 조정했을 뿐 팬데믹으로 정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침묵해왔다. 지난 7일까지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아직 팬데믹 상황까진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WHO는 단지 팬데믹 상황까지는 아니다며 선포 여부를 일축했지만, 외교계 일각에서는 WHO가 용어 사용에 대한 부담과 2009년 신종플루 당시 성급한 판단으로 비판이 일었던 과거 사례에 비춰 신중을 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WHO가 주저하는 사이 아시아에서는 계속해 사망자와 확진자가 나왔다. 유럽에서는 하루 새 확진자가 수천 명이 나오면서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에서는 전날 대비 2313의 추가 확진자가 나와 1만2462명으로 늘었고 사망자는 196명이 더 나와 827명으로 증가했다. 프랑스도 누적 확진자 2281명, 사망자 48명을 기록했다. 중동 이란에서도 9000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35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확진자가 12만명에 육박했고 사망자는 4000여명에 달하게 됐다. 피해 국가도 110개국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에서 코로나19 발병이 보고된 이후 76일 만에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비극적인 상황이 이어지자 결국 WHO는 팬데믹 선포를 하게 됐고 이는 늑장 대응이란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런 비난 여론에 맞서기보다 지구공동체 의식 함양을 권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공격적인 조처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팬데믹 판단은 보다 적극적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조처다. 각국이 힘을 합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팬데믹은 1918년 전 세계에서 5000만명 이상 사망자를 발생시킨 ‘스페인 독감’, 1968년 100만명이 사망한 ‘홍콩 독감’,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INI) 등에서 불리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