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6개월 만에 감소...코로나19 사태 '달러 강세' 영향
외환보유액 6개월 만에 감소...코로나19 사태 '달러 강세' 영향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3.0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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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감염 확산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도↑
서울 명동 하나은행 위폐감별실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명동 하나은행 위폐감별실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이 6개월 만에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이 외환보유액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국내 외환보유액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91억7000만달러로 1개월 전 4096억5000만달러보다 4억8000만달러 줄었다.

월별 외환보유액이 전월 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해 8월 16억3000만달러 하락을 기록한 이후 6개월 만이다.

지난 1월말 외환보유액은 외화자산 운용수익 증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원달러 환율이 1220원을 넘는 수준까지 오르자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은은 최근 세계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난달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고, 유로화 등 기타통화로 표시된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 가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로 달러화 가치를 평가한 달러화 지수는 지난달 말 98.51로 한 달 전 97.87보다 0.6% 상승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2월 중 달러 대비 유로화는 0.3%, 파운드화는 1.5%, 엔화 0.6%, 호주달러화는 2.1% 각각 절하됐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사태가 진정될 경우 다시 신흥국 통화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여력이 강화될 수 있어, 외환보유액도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월 말 기준 자산구성 변화를 보면 유가증권이 3712억2000만달러로 전체의 90.7%를 차지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72억3000만달러 감소한 것이다. 예치금은 271억달러(6.6%)로 한 달 전 대비 68억달러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32억7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6000만 달러 줄었고, IMF 회원국이 출자금 납입·융자 등으로 보유하게 되는 IMF에 대한 교환성통화 인출권리인 IMF 포지션(27억9000만달러)은 전월 대비 1000만달러 증가했다. 금은 전월과 같은 수준인 47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편,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1월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세계 9위를 유지했다. 대만(4791억달러)과 인도(4713억달러), 홍콩(4457억달러)이 6∼8위로 한국을 앞섰다. 1∼3위는 중국(3조1155억달러)과 일본(1조3423억달러), 스위스(8501억달러) 순이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