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주요국 금리 인하 기대↑…금융 부실화 우려
코로나19로 주요국 금리 인하 기대↑…금융 부실화 우려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3.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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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경기 하락 우려에 적극적 시장 개입 시사
금리 내리면 부채 총량 증가·질(質) 악화 가능성 높아
미 연준의 방향성과 미 증시 간 상관관계 (자료=블룸버그,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미 연준의 방향성과 미 증시 간 상관관계 (자료=블룸버그,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국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미(美) 연준 의장은 경기 하락 우려에 대비한 적극적인 시장 개입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늘어날 경우 부채 총량이 늘어나고, 부채의 질이 악화해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와 통화정책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경기부양책과 시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 증시 마감 직전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하락 우려에 대응해 시장 개입을 시사한 바 있다.

보고서는 시장의 기대대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미국 외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 기조가 이어져 당장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동성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부채 총량이 증가하고 부채의 질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BBB등급과 BB등급 회사채 발행 비중이 증가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부채 총량 증가 및 부채의 질적 하락 문제를 지적한 사실을 언급했다.

BBB등급은 투자등급과 투기등급을 나누는 기준선이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BBB등급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거나 이자비용이 급증하게 될 경우 이들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도 높아진다.

보고서는 회사채 중 상장지수펀드(ETF)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도 우려했다. ETF는 거래가 쉬워 자금 유출입 속도가 빠를 수 있다며, 앞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만큼 빠른 속도로 자금이 유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하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가려졌을 지도 모르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미국 증시가 하락한 원인은 시기적으로는 코로나19지만,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다른 이벤트들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하 연구원은 "민주당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가 부상했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디지털세 기본 합의안을 정식 승인하면서 주도주인 미국 IT주에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를 겨냥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규제 검토를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던 만큼, 미국의 대중 강경주의가 지속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미국 증시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홍민영 기자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