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는 25일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과 경제살리기 법안 처리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각각 방문했지만, 오히려 야당으로부터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박영준 국무차장 등 총리실 관계자들과 함께 정 대표를 찾아가, “추경을 해야 할 것 같으니 협조해 달라”며 “국회에 계류된 민생 법안도 하루 속히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정부 여당이 사과부터 한 다음 추경을 얘기해야 한다”며 “정부는 지난해 수정 예산안을 짤 때 현 상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4조 3000억원의 위기극복 예산 요청을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쟁점법안과 관련, “당연히 정부입법으로 해야 할 법안들 중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것들이 많다”며 “나쁘게 말하면 ‘청부입법’인데 우회적으로 제출된 법안들”이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민주당도 10년간 정권을 가져보지 않았느냐”며 거듭 협조를 당부했고, 정 대표는 “협력은 하지만 따질 것은 따지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가 “정부 여당은 한몸이 아니냐. 지금처럼 여당이 야당하는 식으로 해서는 국회가 잘 운영되기 어렵다”고 질타하자, 한 총리는 “국민에게는 정부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함께 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맞받아쳤고, 정 대표는 “그렇다면 국민들이 야당을 정부의 2중대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꼬집는 등 불편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어 한 총리는 이 총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임시국회 회기 내 계류법안 처리와 추경 예산안 통과를 당부했디. 이 총재는 “정부 여당은 설득하려는 노력도 없이 밀어붙이기 식의 속도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이라며 “싸우더라도 국회 내에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선택 원내대표도 “언론 관계법은 아직 숙성이 덜 됐다”며 “‘청부 입법’의 수도 너무 많은데, 정부가 의원들을 시켜 법안을 제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권 원대대표는 또 “세종시법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비전이나 원칙이 없는 것 같다”며 “확실한 정부의 입장과 추진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국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언론관계법을 통해 MBC나 KBS를 민영화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잔뜩 몸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