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역전세난 공포 확산…당국 실태파악 나서
깡통전세·역전세난 공포 확산…당국 실태파악 나서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2.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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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硏, 전세보증 의무화 건의…부정적 기류 우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전세가격이 추락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깡통전세와 역전세난 공포가 확산되자 불안한 세입자들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부채의 주요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깡통전세와 역전세난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조만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집값·전세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현재 일부지역에서 진행 중인 깡통전세·역전세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비상계획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당국은 상황이 좀 더 심각해질 경우 역전세 대출을 하거나 경매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집값과 전세가 하락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깡통전세와 역전세 발생 지역이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는 세입자 피해나 92조3000억원(2018년 말 기준)에 달하는 전세자금대출 부실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말 금융발전심의회에서 올해 금융정책 방향 중 하나로 전세보증보험 가입 의무화를 건의한 상태다. 전세보증은 전세 계약 종료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하는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지는 금융상품이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보증회사가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돌려준 돈이 1년 새 4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SGI서울보증이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해 두 회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준 액수는 1607억원으로 2017년(398억원)보다 4배 이상으로 커졌다.

전세보증금 반환사고 액수는 지난달에만 262억원을 기록, 1년 전보다 약 2.5배 늘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하는 건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가입 건수는 11만4465건으로 2017년(6만1905건)보다 2배 가까이로 많아졌다. 올해 1월에는 1만1272명이 가입해 지난해 1월보다 81% 증가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일부 갭투자자들이 전세가 하락에 따라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분쟁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상당히 발견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예방하고자 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주택담보대출을 낀 상태에서 받은 전세대출 등 리스크가 높은 상황에 대해 전세보증을 의무화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해 금융당국은 아직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보증보험료 부담이 만만치 않으므로 의무화를 강행했을 때 집주인이나 세입자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최근 이와 관련해 시중은행들에 전세보증 상품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라는 지침을 우선 내린 상태다.

역전세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는 전세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에게 집을 담보로 전세금 반환자금 일부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도입된 바 있다. 정부가 대출보증을 제공할 경우 제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주택가격이 하락해 집을 팔아도 대출과 전세금을 모두 돌려줄 수 없는 깡통주택의 경매처분을 3개월간 기다려주는 경매유예제도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유예기간이 너무 짧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는 보완조치다.

한계채무자인 하우스푸어를 위한 세일앤리스백(SLB·매각 후 재임대) 상품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이는 금융회사에 주택을 매각해 일단 빚을 갚고 그 집에서 임대로 살다가 5년 후에 팔았던 가격으로 다시 살 수 있는 상품이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