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전 대법관 검찰 출석…“사심 없이 일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 검찰 출석…“사심 없이 일했다”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8.11.1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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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관련 전직 대법관 첫 공개 소환
검찰, 추가 조사 고려…구속영장 청구 방안 검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9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61) 전 대법관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수사가 시작된 이후 첫 대법관에 대한 공개 소환 조사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30분 박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소환해 징용소송 재판거래 등의 의혹에 당시 사법부 수뇌부가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출석 전 “이번 일로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사심 없이 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를 받게 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돼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양 전 대법원장을 보좌해 사법행정 전반을 총괄했다.

그는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개입해 전원합의체 회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집한 이른바 ‘2차 공관회동’에 참석해 판결 방향 등을 논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박 전 대법관은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들을 이용해 재판관들의 평의내용과 내부동향을 소집하고 헌재와의 위상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청와대를 이용해 헌재를 압박하려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또한, 박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상고법원 설치 등 양 전 대법원장의 역점사업에 대한 내부 비판이 제기되자 판사들 소모임을 와해하려고 시도하고 사찰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박 전 대법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 관련 행정처의 고용노동부 재항고 이유서 대필 △법관 비리수사 축소·은폐 위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내란음모 상고심 기일 조율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등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관심사건 재판정보 유출 등 각종 사법농단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