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포옹하는 유일한 정상은 文대통령
일정 길어지자 "오래보면 되는거지요" 농담
백두산 '하이라이트'… 文대통령 바람 이뤄
문재인 대통령이 2박3일에 걸친 방북일정을 마치고 20일 귀환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 기간 내내 친밀함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첫 날부터 마지막날인 20일까지 양 정상은 수차례 만남을 가졌다.
공식 만남만 하더라도 △공항 영접 △1차 정상회담 △평양대극장 공연 관람 △환영만찬 △2차 정상회담 △옥류관 오찬 △대동강수산물식당 만찬 △5·1경기장 집단체조 관람 △백두산 동행 △환담 및 환송 등 10여차례에 이른다.
특히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방북 첫날 공항 영접부터 백두산까지 파격적인 '예우'를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순간부터 파격 영접을 선보였다.
리설주 여사와 함께 직접 공항 활주로까지 나가 문 대통령을 맞이한 것이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에는 북한 측 영부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오른쪽, 왼쪽 뺨을 오가며 세 번 포옹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에 대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포옹으로 인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김 위원장이 포옹을 하는 정상은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
지난 3월, 이달 총 두 차례에 걸쳐 북중 정상회담을 한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공식석상에서 악수만 했을 뿐 포옹은 하지 않았다.
또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날 정상회담이 예정시간보다 길어지며 이후 일정인 평양대극장 예술공연 일정도 길어졌는데,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시간이 늦어지고 있지만 뭐 오래오래 보면 되는거지요"라는 농담도 던졌다.
이날 문 대통령도 공연 중간 김 위원장에게 귓속말로 질문하는 등 한결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줬다.
환영 공연 무대도 문 대통령을 배려한 흔적이 나타났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같은 우리측 노래와 함께 일부 공연에서는 우리측 드라마의 장면이 배경 화면으로 사용됐다.
이틀째인 19일 특별수행원인 경제인들을 위해 마련한 대동강수산물식당 만찬 자리에는 김 위원장 내외가 깜짝 방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오늘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 거 아닌가"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이번 방북에서 양 정상의 친밀함 하이라이트는 백두산 트래킹이었다.
이 일정은 지난 4·27 판문점 회담 당시 도보다리 회담에 이은 친교행사로, 남북 정상 간 친밀함을 과시하는 이벤트다.
예정에 없던 백두산 트래킹은 김 위원장 깜짝 제안으로 이뤄졌다. 산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이 수차례 백두산 바람을 언급했는데, 김 위원장이 이를 기억하고 화답한 셈이다.
북한 최고 권력자로, 근엄함이 몸에 밴 김 위원장이지만 문 대통령을 평양에서 맞이하면서 시종일관 친밀한 언행과 배려의 몸짓을 여러차례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김 위원장은 '9·19 평양공동선언' 합의에 따라 조만간 서울을 방문할 방침이다.
평양 방문에서 배려를 받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어떻게 영접할 지 주목된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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