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北, 자세 바꾸길 기다려”
李대통령 “北, 자세 바꾸길 기다려”
  • 오승언기자
  • 승인 2008.11.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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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日 정상, 내달 초 6자회담 합의…북핵 검증 공식화 논의
페루 리마 APEC 회의


한·미·중·일·러 등 6자회담 참가 5개국은 내달 초 6자회담을 갖고 북핵 폐기의 검증 과정을 공식화하는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청와대와 백악관이 22일(한국시각 23일) 밝혔다.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16차 아시아태평양경제연합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총리는 리마에서 3국 정상회담을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3국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 뒤 기자브리핑에서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 간에 6자 회담의 틀내에서 북핵 사태를 논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또한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도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할 회동 날짜는 잡히지 않았지만 회동 재개에 대한 합의는 이뤄진 상태”라며 “추가적인 일정 조율을 통해 조만간 중국이 정확한 회담 날짜를 발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6자회담 개최 시기는 내달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일(북한 국방위원장)이 하겠다고 말한 것을 명문화한 검증 자료”에 대해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10여분간 짤막하게 진행된 이날 회담은 부시 대통령, 아소 총리, 이 대통령이 각각 모두발언을 하는 것으로 갈음됐다.

부시 대통령은 “(오늘 회담은) 자유국가들끼리의 만남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데, 내가 떠난 뒤에도 일관되게 이같은 만남이 이어지길 바란다"며 “북한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가 강한 검증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특히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북한 핵을 검증하는데에 한·미·일 3국이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며 “12월에 열릴 6자회담에서 확실한 공조를 통해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북한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소 총리는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면서 “한미일 3국이 공조하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며 “북핵 해결과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3국 공조를 강화하고 한미일 3국이 정기적으로 만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이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G20금융정상회의는 사실 쉽지 않은 모임이었다"며 “선진국과 신흥국이 만난 회의에서 성과를 끌어낸 것은 부시 대통령의 리더십 때문이었다"고 추어올렸다.

이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 해결과 관련, “3개국이 뜻을 모아서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초기에는 북한과 어려운 시기가 있었는데 대북 정책은 진정성과 일관성을 갖고 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대통령이 ‘일관성'을 역설하자 부시 대통령이 즉각 “그게 바로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말을 받아 장내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한편 한미일정상회담 직후 아소 총리가 퇴장한 가운데 15분 가량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른바 ‘석별 정상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는데, 퇴임을 앞둔 부시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사실상 마지막 정상회담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성공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한미동맹관계를 시험하려 할지 모르지만 공조를 굳건히 지속해야 한다.

북한이 행동 대 행동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백악관을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공직자의 자세와 관련, 겸손하고, 대의명분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이 대통령이 취임 전 교회에서 주차봉사를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단한 일도 아닌데 기억해 줘서 고맙다"고 화답한 뒤 북한 문제와 관련, “강경파가 아니라 북한을 바로 대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자세를 바꾸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FTA에 대해서는 “미국이 세계화를 주창하고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하다가 이제와서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가선 안 된다"며 “민주당 새 정부가 인수인계 과정을 거친 뒤 긍정적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 줄 것을 기대하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퇴임 이후에도 한국에 들러달라"고 요청했고, 부시 대통령은 “좋은 친구를 만나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1차회의 발언을 통해 “모든 경제 주체들이 불안에 휩싸여 있는데, 이런 신뢰의 상실이로 말미암아 세계 곳곳에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며 “우선 APEC 국가들이 ‘무역과 투자와 관련된 새로운 장벽을 만들지 않는 동결(Stand-Still) 선언'에 동참해야 한다"며 “현재 지연되고 있는 WTO의 DDA 모델리티 협상이 연내에 타결될 수 있도록 우리 APEC 회원국들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이를 위해 지난 7월 소규모 각료 회의에서 이루어진 합의를 협상의 기초로 하고, 그 당시 합의가 미진하였던 몇 개 과제, 즉, 농업 분야의 SSM, 비농산물(NAMA)분야의 부문별 자유화(Sectoral)등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APEC 차원에서 가능한 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