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편파수사 멈춰라"… 서울 도심서 여성 대규모 시위
"성차별 편파수사 멈춰라"… 서울 도심서 여성 대규모 시위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6.0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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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 개최
"이철성 경찰청장 수사 책임지고 사퇴해야"…삭발도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 모습.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 모습.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성(性)차별 편파 수사를 비판하는 여성들의 2차 시위가 9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에서 결성된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를 열었다.

이날 시위에는 경찰 추산 1만5000여명(주최측 추산 2만2000여명)이 참여해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이화로터리까지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대전·광주·창원·천안·평택·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해 상경한 참가자들은 1차 시위 때처럼 빨간색 티셔츠·모자·마스크·가방 등을 착용했다.

이들은 '무죄추정 남(男)가해자, 무고추정 여(女)피해자' '무X유죄 유X무죄' 등의 피켓을 들고, 남성중심적 수사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 경찰은 몰카를 신고해도 수사하지 않는다"며 "이철성 경찰청장은 '홍대 몰카 사건' 편파 수사 등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 경찰청장과 여성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경찰 성비를 여성과 남성을 9대1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몰카 찍는 사람도, 올리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죽이는 몰카 판매·유출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여성 유죄, 남성 무죄", "화장실에 몰카 있어서 경찰서에 신고해도 집으로만 돌려보내네, 나라 꼴이 잘 돌아간다"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 모습.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 모습.

이번 집회에서는 삭발식도 진행됐다. 이 퍼포먼스에 참여한 6명 중 3명이 머리를 완전히 밀었고, 다른 3명은 긴 머리를 짧게 잘랐다.

이들이 머리를 자르자 이를 지켜보던 집회 참가자들은 "멋지다", "상여자다", "여자답다"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주최 측은 "전세계 모든 시위에서 삭발은 강력한 의지와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며 "우리는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삭발이라는 행동으로 우리 뜻을 보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경찰청장에게 보낼 편파수사 규탄 편지 각자 써온 뒤 편지봉투를 흔드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이 편지를 주최 측이 마련한 상자에 넣어 경찰에게 직접 전달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달 1일 홍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에 투입된 남성 누드모델의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경찰 수사가 진행됐고 사진을 촬영하고 유포한 동료 모델 안모(25·여)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를 두고 "여성 몰카 사건에는 미온적인 경찰이 남성 피해자가 나오자 수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며 집회가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