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동일지역 2마리 이상·평균 20마리) 사건의 원인이 대부분 농약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원장 박진원)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32건(633마리)을 분석한 결과, 90.6%인 29건(570마리)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30일 밝혔다.
환경과학원이 야생조류 집단폐사 32건의 '야생조류 인플루엔자(이하 AI)'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다. 반면, 32건 중 29건에서 살충제 등에 사용되는 농약 성분 14종이 검출됐다.
나머지 3건(63마리)에서는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명확한 폐사 원인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들 3건에 대해 환경과학원 연구진은 질병과 아사, 사고사 등이 죽음의 원인인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과학원은 농약이 검출된 29건을 다시 월별로 분석했다. 작년 3월에 집단폐사 사건이 10건(270마리)으로 가장 많이 발생됐으며, 가장 많이 죽은 집단폐사 사례는 작년 3월에 창원시에서 발생한 것으로 직박구리 119마리가 죽었는데, 위와 간의 내용물에서 포스파미돈 등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또, 이달 17일 경주시에서 발생한 떼까마귀 집단폐사의 사체 86마리에서도 살충제에 주로 쓰이는 펜치온이 확인됐다.
같은 달 21일 아산시에서 발생한 야생오리 등 집단폐사의 사체 22마리에서도 치사량의 약 45.1배에 이르는 벤퓨라캅과 카보퓨란이 검출됐다. 또한, 사체 주변에서는 고의적으로 살포된 것으로 추정되는 볍씨가 발견됐다. 이 볍씨에서는 농약 성분 카보퓨란이 치사량 이상(볍씨 1kg당 924.1㎎)으로 검출됐다.
환경과학원은 이번 집단폐사 32건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조류 사체의 위 내용물과 간 등에서 추출한 농약 성분을 고도분석 장비로 정량 분석해 국내·외에서 사용된 503종의 농약과 비교했다.
정원화 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고의적으로 야생조류를 죽이기 위해 농약이 묻은 볍씨 등을 살포하는 것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이정욱 기자 lupin7@shina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