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으로 법정에 선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창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7일 구 전 청장과 신모 전 서울청 제4기동단장, 한모·최모 경장 등 4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관련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 개진, 쟁점 정리, 향후 입증 계획 정리 등을 하는 단계다.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구 전 청장은 이날 직접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구 전 청장은 “(백 농민의) 사고현장은 종로구청으로 사고센터에서 CCTV로 감별할 수 없는 지역”이라며 “(위급한 상황이었던) 코리아나호텔 세 군데 상황만 CCTV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구 전 청장은 총괄책임자로서 이 시간대에 다른 위급한 상황이 있는데 어떻게 한쪽만 신경쓰냐”며 “본인의 책임 범위 내에서 (책임을) 다했고 당시 다른 보안상의 문제가 있었으며 사각지대라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서울청장에 무한 책임을 묻고 있다”며 “차장이나 본부장을 제외한 청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현장의 가장 가까운 책임 단계를 두 단계나 건너뛴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 전 청장 측 변호인은 또 백씨에게 물대포를 쏜 살수차 내부 폐쇄회로(CC) TV 검증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살수차 요원들이 살수차 CCTV를 통해 계속 물살이 나가는데도 백씨가 밧줄을 당기는 걸 볼 수 있었느냐가 쟁점”이라면서 “해당 모니터 영상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오히려 해상도가 낮아서 잘 못 보는 상황이었으면 더더욱 총 책임자나 지휘 감독자들이 그 상황을 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내용을 정리한 의견서와 증거 인부서를 내도록 변호인 측에 요청했다.
구 전 청장과 신 단장은 지난달 17일 살수차 운용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살수요원 최 경장, 한 경장도 살수차 점검소홀 및 살수차 운용지침을 위반(직사살수)했다고 보고 역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같은 날 불구속기소했다.
구 전 청장에 대한 다음 재판은 12월 19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