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이동빈 은행장, 얽힌 실타래 어떻게 풀어나가나
수협은행 이동빈 은행장, 얽힌 실타래 어떻게 풀어나가나
  • 정수진 기자
  • 승인 2017.10.2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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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선 과제는 공적자금 상환, 수협이라는 정체성도 찾아야…
이동빈 수협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이동빈 수협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수협은행의 새로운 수장 이동빈 은행장의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수익창출과 수협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은행장은 지난 25일 취임사를 통해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수협은행은 지난 2001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았다. 지난해 7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경영 상승세에 힘입어 올 3월 처음으로 127억원을 갚았다.

그는 “구체적인 상환계획을 마련하고 배당금 손금인정을 추진해 연평균 약 3000억원 정도의 세전 당기순이익을 시현하겠다”며 조기상환의 포부를 밝혔다.

이어 소매금융 경쟁력 강화와 수익창출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전문성 배양과, 모바일 영업 확대를 통해 현재 전체여신 중 30%가 안 되는 수협은행 소매금융 여신비중을 시중은행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방카슈랑스‧펀드‧외환‧카드‧신탁 등 비이자 수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 다음 날이었지만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수익증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의 본질인 어업인을 위한 은행으로 탈바꿈하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이양수 의원(자유한국당)은 “수협은행 일반, 기업인 대출상품에서 우대할인율이 0.53~1.86%이고, 어업인 위한 상품은 0.37%”라며 수협은행이 일반‧기업인을 위한 것이냐, 어업인을 위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정인화 의원(국민의당)도 “70개의 대출 상품 중 어업인 상품이 단 3개에 불과하다”며 “수협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의 든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은행장은 “상품과 금리 등을 다시 한 번 검토해 어업인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은행장의 취임사와 국감에서의 발언을 모두 지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마냥 어업인을 위한 은행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업인을 위한 수협이라는 정체성을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은행장은 우리은행의 여신지원본부 부행장으로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자산건전성 제고에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행추위도 지난 18일 이동빈 은행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하고 "35년간의 풍부한 은행 경험을 갖춘 여신관리와 금융전문가"라며 "출범 1주년을 맞이하는 수협은행의 경영 안정화와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대 속에 취임한 이 은행장이 여신전문가라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경영을 안정화 시키면서 수협의 정체성도 지켜야하는 벽에 부딪힌 것이다.

수협은행장 자리는 지난 4월 이원태 전 은행장이 임기 만료로 사임한 이후 6개월간 공석이었다. 지난 3월부터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회의를 거듭했지만, 수협중앙회 측 행추위원과 정부 측 행추위원 간의 의견이 엇갈려 긴 시간 난항을 겪었다.

수협은행의 첫 민간 출신인 이동빈 신임 은행장은 1983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해 서대문 영업본부장, 기업금융단 상무, 여신지원본부 부행장 등을 거쳐 은행장 취임 전까지 ㈜우리피앤에스 대표이사로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