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기투항’ 이통사, 통신비 전쟁은 이제부터다
[기자수첩] ‘백기투항’ 이통사, 통신비 전쟁은 이제부터다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7.08.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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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도 불사하겠다던 이동통신 3사가 정부의 약정요금할인율 상향조정 고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들 3사는 불과 하루 전까지 소송 가능성을 저울질했다.

3사간 물밑 접촉도 잦아지며 소송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소송 불가로 내부 방침을 정하자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정부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완강한 반대를 이어오던 각사별 모습에 비춰보면 너무 싱거운 승복이다.

표면적으로 이통 3사는 25% 요금할인 시행으로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지만,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취지를 고려해 정부 정책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3사가 정부에 ‘백기투항’을 한 것은 고도의 정무적 판단과 기업논리에서다.

새정부 출범 초기라는 점과 악화된 국민 여론을 고려해 보면 5% 추가 상향에 대한 손실액보다 기업의 이미지, 미래 사업에 대한 다양한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정부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통신 시장에서 관련 부처와 각을 세우는 것이 더 이상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규제가 강한 통신산업 특성상 지지율이 높은 새정부 출범 초기 정부와 갈등을 빚는 모양새는 이통사에게 부담이 됐음은 분명하다.

여기에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 등 미래먹거리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 협조를 얻어야 할 사안이 많은 시점 역시 주요했다.

더불어 최근 갑질 기업에 칼날을 겨눈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잇단 조사 역시 압박 카드가 됐다.

일단 통신비 인하 전쟁에서 1라운드는 정부의 몫이었다.

정부는 이통 3사의 결정에 대해 우선 대승적 결정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기존 가입자들 역시 25%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일단 법적 권한 없는 요청이지만 정부와 통신사간 ‘통신비 전쟁’의 2라운드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이통사들은 큰 저항 한 번 없이 ‘통신비 전쟁’에서 1라운드를 내주며 이어지는 정책에 대항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기존 가입자 소급적용 문제만큼은 확고한 반대 입장이다. 이는 보편요금제,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30% 인상 방안 등 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이통사 입장에서 협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정부와 통신사간 통신비 인하 2라운드는 이미 시작됐다.

[신아일보] 이승현 기자 shlee43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