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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길가에 버려진 양심들
[독자투고] 길가에 버려진 양심들
  • 신아일보
  • 승인 2017.08.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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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중앙동장 이성형

 
필자는 얼마 전 청소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부터 자기 집 앞에 불법으로 투기된 쓰레기를 치워주지 않는다고 젊은 청년에게 심한 욕설을 듣고 모멸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듣고 쓰레기 처리에 대한 좋은 방법이 없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행정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이는 쓰레기 불법투기가 근절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을 살피지 못한다(十人守之 不得察一賊). 조선 인조 때 홍만종이 쓴 문학평론지인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속담이다.

아무리 불법투기 단속 및 쓰레기 분리배출 홍보를 하고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의 행정력을 총 동원해도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옛 말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불법투기된 쓰레기로 시름을 앓는 진주시 중앙동은 마치 쓰레기와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청소과와 중앙동 행정복지센터(이하 중앙동)의 직원들은 관내 50여 군데나 되는 상습 투기 지역에서 불법 투기된 쓰레기를 수거하고 불법투기 행위자를 적발하기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지만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1t짜리 120기동대 차량으로 하루에 3~4t가량 수거한 다음 날이면 그 자리에 또다시 투기물이 쌓이기 일쑤다.

중앙동은 단순 치워주기식의 행정만으로는 쓰레기 불법투기 근절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공무원과 불법투기단속 시민수사대가 합동으로 야간 불법투기 단속과 깨끗한 진주 가꾸기 캠페인을 병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옥봉동 일원과 중앙시장 및 장대시장 주변은 투기된 쓰레기량이 더 늘어나고 있다.

버린 쓰레기봉투에 나온 주소와 이름 등의 단서로 불법투기자를 수소문하여 추적하지만 “버리는 사람이 있으니 당신들이 먹고 사는 것 아니냐”는 그들의 고성만 들을 뿐이다.

그러므로 각고의 행정력을 동원해도 해결이 어려운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인식 개선과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빨간 불에는 멈춰야한다는 규칙을 당연히 여기듯이, 쓰레기 역시 버릴 때에는 종량제 봉투를 활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재활용과 음식물쓰레기 또한 배출 방법을 잘 숙지하여 배출해야한다. 이는 조금만 신경을 쓰고 습관화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나 하나쯤이야’식의 이기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어야할 때다. ‘나 하나 쓰레기를 몰래 버려도 문제없겠지, 누군가가 치워주겠지’ 이러한 낡은 사고방식으로는 절대로 작금의 심각한 불법 쓰레기 투기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나의 편리함만을 추구한 결과, 동네 이웃의 주거 환경과 행정에 얼마나 큰 불편함을 초래하는지 인지해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불편함은 결국 나 역시 분담해야할 몫임을 깨달아야한다.

필자는 가끔씩 행정이 슈퍼맨처럼 만능이 되어 주민들의 모든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하지만 행정만으로는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답답함을 느낀다.

이제는 쓰레기 불법투기에 대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지금의 행정력에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인식개선이 더해진다면 지금보다 더 쾌적하고 깨끗한 동네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진주시 중앙동장 이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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