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재천 HF 사장 ‘우리 지금까지 뭐 한거니?’
[기자수첩] 김재천 HF 사장 ‘우리 지금까지 뭐 한거니?’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7.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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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도 억지로 먹으면 반드시 탈이 나고, 지휘관의 판단력이 부족하면 아랫사람들은 일을 두 번 세 번 해야 한다.

이런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로 일어나지만,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공공기관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최근 주택도시금융공사(HF)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과 관련한 규정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 해야하는 상황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성과연봉제 확대 시기와 강도를 기관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HF 노조는 사측에 임금체계 및 인사규정을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시점 이전으로 되돌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측도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HF는 연말까지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규정을 뜯어 고칠 계획이다.

수 많은 반대와 문제 제기 속에서도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이뤄낸 성과연봉제를 자랑스럽게 여겼던 HF는 결국 두 번 일을 해야 하는 꼴이 됐다. 억지로 먹은 음식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김재천 사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들이 지난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HF의 입에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을 억지로 우겨 넣은 결과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HF 경영진들은 성과연봉제 확대를 반대하는 직원들에게 강압적 설문조사와 회유를 실시했다. 이도 모자라 노조와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을 강행했으며, 이후엔 85%의 조합원이 반대의사를 밝힌 노조와 손을 잡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과연 손을 맞잡은 것인지, 억지로 끌어당긴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바뀌자 노조는 다시 원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사측 역시 바뀐 상황에 어떻게든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HF는 “성과연봉제 확대는 정당하게 이뤄졌다. 노조의 요청이 있기에 재검토를 하는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이 같은 논리가 왜 지난 박근혜 정부 때는 적용되지 못 했는지 되묻고 싶다. 왜 그때는 노조와의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지 말이다.

변명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정부의 압박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공기업이 정부의 입김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은 백번 이해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직원 대다수의 생각을 무시한 무조건적 밀어붙이기는 정당화 될 수 없다.

HF 김재천 사장과 경영진들이 지난해 벌였던 그 난리법석이 남긴 건 결국 ‘원점에서 재검토’란 허무한 결과물 뿐이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