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일자리 추경, 정녕 청년들 위한 정책인가
[기자수첩] 공공일자리 추경, 정녕 청년들 위한 정책인가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7.06.1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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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역대 최초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력서 100장을 쓴 취업준비생, 카드빚을 걱정하는 실직 청년, 부상한 소방관, 과로사한 집배원 등을 언급하며 추경에 반대하는 야3당에 절절히 협조를 호소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큰 정부'를 추구했던 과거 정권에 의해 실업대란과 소득불평등이 발생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작은 정부'가 되어 공공부문 일자리 추경을 통해 민간 일자리의 창출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5년 내에 소방·특수교육·사회복지 공무원 등 17만 4000명을 추가로 채용하고, 그 중 1만2000명을 올해 추경을 통해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정부는 우리나라 공공기관 근로자들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 한참 못 미치고, 청년 실업난이 최고치이기 때문에 국가가 고용인이 되어 청년들의 아픔을 치료하겠다고 한다. 과연 그게 맞는 말일까?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은 문 대통령이 주장한 7.6%가 아닌 8.9%다.

이에 대해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우리나라 순수 공무원만 보면 OECD 평균보다 적게 보이지만, 공기업이나 위탁받은 민간 기업은 빠져 있는 숫자라 직접 비교하기 적절치 않다"고 반박한 바 있다.

여당과 정부는 또한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이 23%에 육박한다고 한다. 물론 대기업과 공무원 등 질 좋은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이 느끼는 벽은 상당히 높다.

그러나 온라인 취업포털이 중소기업 77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입사 지원자가 너무 적어서(51.1%) 79.2%의 기업이 채용을 하지 못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묻고 싶다. 정부는 대기업과 육아휴직과 연차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보장받는 공공부문 등 좋은 일자리만 직장으로 보는 것인가?

공채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의 임금을 주는 작은 기업들은 수도 없이 많고, 그런 기업에 우리나라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곳은 '기업'이 아닌 듯 언제나 정부 정책 사각지대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한다.

특히 공공부문 일자리 채용을 통해 민간부분 일자리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정부. 어떻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민간기업의 채용을 늘릴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에 대한 배려도 없다. 단지 공무원을 더 뽑아 그 소득으로 민간 경제의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한다.

지난 5년간 일반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18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40% 가까이나 늘었다. 경쟁률은 수 십대 일에 달한다.

청년들이 도전적인 일에 뛰어들지 않고 이른바 주인이 '나라'이고, 주5일 근로·연차휴가·연금 등이 보장되는 공무원에 매달리고 있는 씁쓸한 현실에서 단기 처방책으로 아픔을 치유하겠다고 하면 공무원이 되지 못한 자들의 소외감은 어떻게 치유해 줄 것인가.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짐로저스(Rogers·75) 로저스홀딩스 회장도 "공공 분야 일자리는 '진짜 일자리'가 아니다"며 "정부 부채 증가를 야기해 한국이 중국은 물론이고 베트남과도 경쟁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는데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 이 상황을 정녕 정부는 실업 재난 상황으로 보는가. 중소기업에서 일해도 충분히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하지 않을까?

정부는 정녕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유가 규제에 막혀 신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데다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임을 모르는가.

우리나라의 '고용유연성'은 지난 15년간 계속 나빠져 2013년 기준으로 프랑스, 그리스 다음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된 나라라고 한다.

설상가상 박근혜 정부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겠다며 추진한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도 문 정부에 들어와 사실상 폐지됐다.

물론 근로조건을 하락시키는 문제를 노동자와 합의하지 않은 기업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과연봉제 폐지로 공기업의 철벽은 더 단단해 지고 민간 일자리와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공무원이 많아지면 정부의 규제는 많아지는 것이 정석이고, 규제는 기업들의 신산업 성장을 막는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소속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은 본지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실무에서 실제 일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왜 자꾸 관리자들을 만들려고 하느냐"며 "우리나라는 공무원과 공무원이 되지 못한 자로 새로운 양극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규리 기자 bgr8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