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대 인사원칙’으로 협치 흔들려선 안돼
[사설] ‘5대 인사원칙’으로 협치 흔들려선 안돼
  • 신아일보
  • 승인 2017.06.0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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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출범 한달이 넘었지만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로 ‘개점 휴업’ 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직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대통령 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하고 바로 국정 업무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18부 5처 17청 4실 체제의 정부조직개편안도 확정했다.

새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를 뺀 중앙 17개 부처 가운데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부처는 김동연 기획재정부와 김부겸 행정자치부, 강경화 외교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등 6곳에 불과, 나머지 11개의 부처 장관이 내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차관급을 지명했지만 장관과 차관 둘 다 임명하지 못한 정부 부처도 5곳에 이른다.

기관장 공백은 더 심각하다. 장·차관급 기관장 25곳 중에서 70%에 가까운 17곳이 전 정부의 기관장들과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

지명된 6개 부처 장관 내정자들도 국회 인사청문회에 발이 묶여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국회 표결로 새정부 최초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서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 할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위장전입·병역면탈·세금탈루·부동산 투기·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배제’ 원칙에 걸려들지 않을 사람이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인물난이라기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 때 문 대통령 주변 수천명의 인사들이 모여들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인가. 일각에서 ‘인사 5대 비리 배제’기준이 너무 광범위 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8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중진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고위 공직자 5대 비리 전력자 인사 배제 원칙’에 대해 “현실성이 없는 공약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키지도 못할 도덕성 놓고 세월 보내다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격한 표현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대통령은 ‘인사 5대 원칙’의 근간은 훼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으로 각 부처에 새 장관들로 채워질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궁극적으로 ‘5대 비리 배제 원칙’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옳은 것임에는 틀림없다. 국정에 참여하는 고위공직자들에게는 더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터져 나온 각종 사안들로 인해 후보자들이 사과하고 고개를 숙인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문 대통령의 ‘인사 5대 원칙’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깨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여하튼 부처 장관들의 인선이 늦어지면서 인사 공백으로 인한 새정부 국정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문 대통령이 ‘5대 인사원칙’을 천명한 만큼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인사 문제로 인해 화합과 협치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하지만 후보자들에 객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하겠다.

“도덕성과 자질 모두가 완벽한 인재를 뽑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여당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