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칙부터 법제화해라
[기자수첩]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칙부터 법제화해라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7.06.0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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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약 645만에 달하는 비정규직 가운데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약31만 명 수준으로 5%가 되지 않는다.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민간 기업의 기간제 근로자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민간기업에 일종의 압박이 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낙수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독일을 비롯한 대다수의 노동 선진국들은 비정규직 제도를 올바르게 적용해, 노동유연화와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비정규직 제도는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정규직의 해고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한국의 노동현실에서 노동유연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나름 합리적이고 절박한 의도 하에 탄생했다.

사용자에게는 ‘비용절감’ 및 ‘노동인력 조정의 신축성’을 제공해 주고, 근로자에게는 시간 스케줄, 능력, 기술수준에 따라서 근로할 수 있게 해준다. 국가경제 전반적으로는 노동의 효율적 이용과 생산성의 향상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제도가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사업주로 하여금 같은 업무를 하는 정규직보다 낮은 근로조건을 제시해도 용인되는 방법으로 악용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조건, 사회보험과 각종 기업복지 급여에 있어서 부분적 혹은 전면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세계생산성 1위를 차지하면서도 우수한 근로조건으로 인정받는 독일은 비정규직으로 생기는 불평등 문제를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칙으로 풀어냈다.

정부는 독일의 노동정책을 벤치마킹하여 ‘정규직 전환’이라는 단기간 효과를 내는 포퓰리즘 정책 대신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 하거나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동일한 임금과 복리 후생을 제공해 차별을 없애도록 유도해야 한다.

구의역 사고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는 아웃소싱을 비용절감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저임금과 사건사고에 노출되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비정규직을 세계노동 추세에 맞춰 전문적이고 자유롭게 일하면서도, 정규직과 근로기준에 차별이 없는 일자리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같은 일을 하면 같은 돈을 받아야 합니다”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하는 개정법을 발의했다.

아베신조 정권도 지난해 12월21일 “어떻게해서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도입하고 싶다”며 지침안 제시를 통해 기본급, 성과급, 각종 수당, 복리후생의 4가지 항목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처우 차이의 불합리 여부를 제시했다.

아베 정부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보다는 비정규직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대신 근로자들이 정규직 만큼 근로조건을 누리도록 해야 하는 것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국제 노동 기구(ILO)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준수한다는 전제하에서 비정규직 고용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ILO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인간의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신아일보] 박규리 기자 bgr8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