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통 강조하던 文, 의견 다르면 재갈부터 물리나
[기자수첩] 소통 강조하던 文, 의견 다르면 재갈부터 물리나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5.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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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부터 ‘소통’ 이미지를 부각시키던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와는 ‘불통’하는 모양새다.

자신과 다른 노선의 의견을 내놨다고 경제단체장의 입을 막고 있고 재계 총수들과의 소통채널도 여전히 단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을 ‘적폐대상’ 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문 대통령의 재계에 대한 재갈 물리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갈등만 부추기고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문제를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26일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경총에 대해 집중포화에 나섰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재계가 압박이라고 느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며 “잘못된 기득권을 정상으로 가져오는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고 비판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도 “책임 있는 당사자이면서 핵심 당사자인 경총의 목소리로는 적절치 않다”며 “비정규직 문제가 어쩔 수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효율적이다’ ‘외국도 비슷하다’고 하는 건 지극히 기업의 입장만을 반영한 것이다.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가 경총의 입을 틀어막은 것이다. 문 대통령과 그 참모들로부터 유탄을 맞은 경총은 입닫기와 자숙모드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비정규직 관련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책을 조만간 공식 발간하려고 했지만 관련 일정을 미뤘다.

처음부터 재벌개혁을 부르짖던 문 대통령과 여권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재계를 확실히 길들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재계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마땅치 않다. 일자리창출, 비정규직 해소, 노동개혁 문제에서 재계는 중요한 당사자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30대그룹이 계열사와 협력업체 등을 통해 생계를 책임지는 국민은 1000만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자리를 책임지는 기업들의 노사문제를 다루는 경총이 비정규직 관련 문제에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재계와 노동계, 여야 정치권, 시민단체 등 어느 위치나 성향의 집단도 제각기 입장이 있고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자신과 다른 주장을 편다고 해서 힘으로 누르는 행위는 옳지 못하다.

정부는 재계를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일자리 문제를 비롯해 내수경기 진작이나 수출 경쟁력 강화 등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시급하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