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커제의 눈물과 은행원의 눈물
[기자수첩] 커제의 눈물과 은행원의 눈물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5.2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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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겨도 나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3월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5번기를 벌일 당시 자신감 넘치는 말을 쏟아냈던 바둑 세계 1위 커제 9단이 결국 패배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난 23일부터 진행된 알파고와의 3번기에서 단 한 번의 승리도 맛보지 못했다.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항상 당찬 태도를 보였던 세계 1위의 눈물은 조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은행원들의 상황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은 아니지만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핀테크의 발전으로 인해 은행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통한 금융서비스 이용이 더욱 간편해지면서 비대면 서비스 이용률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까지 등장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프라이빗 뱅커(PB) 대신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단순한 입출금 업무뿐만 아니라 고도화된 서비스에서까지 은행원들의 역할을 기술이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은행들은 인력 줄이기에 바쁘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전 은행들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영업점을 급감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노동조합과의 마찰까지 불거졌다. 한 은행 영업점 직원은 눈물을 훔치며 점포 축소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은행의 인력 감축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언제 어디서든 쉽고 간편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는 인공지능에게 없는 ‘인정’이 필요하다.

“알파고가 지나치게 냉정해 그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라는 커제 9단의 말은 일방적인 영업점 축소를 앞둔 은행원들의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