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인선 난항… 세구구반
[기자수첩]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인선 난항… 세구구반
  • 김기룡 기자
  • 승인 2017.05.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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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로 남의 결점이나 과실을 찾아내려함을 비유한 말로 세구구반(洗垢求瘢)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때를 씻어 내어 남의 잘못(흉터)를 찾아낸다는 뜻이다. 이 성어의 어원은 후한서 문원열전에서 찾을 수 있다.

동한(東漢) 때 유명한 문장가 조일(趙壹)은 당시 정치가 부패하고 권력이 권문세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자 자세질사부(刺世疾邪賦)라는 문장에서 “지금은 폐단이 너무나 많다. 아부하는 잘못된 기풍은 날로 심해지고 있으며, 바르고 곧은 기풍은 점차 없어지고 있다. 이러한 폐단의 근원을 따져보면, 이는 곧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리석어 환관들이 바른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너덜거리는 껍데기일지라도 아름다운 깃털이 자라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만약 자신들이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때를 씻어내더라도, 목숨을 걸고 그 흉터를 찾으려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이 현재 충남도에서 일어나고 있어 문제다. 도는 현재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재공모하고 있다. 1차 공모에서 적격자를 찾지 못해서라지만 속내는 다르다.

1순위 후보자 A씨가 안희정 지사의 측근이라는 특정 언론사의 사전보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A씨가 대선과정에서 안 지사 지지 선언을 했다는 것인데 이를 측근으로 몰아세우는 것이다. 전형적인 세구구반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안 지사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 A씨를 선정하지 않았다는 재단 이사회의 해명은 책임회피로 보인다.

이 발언은 인선 실무책임이 있는 임원 추천위원회의 신뢰를 훼손했다. 추천위가 안 지사의 지시를 받아 A씨를 1순위자로 추천했지만, 이사회가 제동을 건 꼴이 됐으니 유감(遺憾)이 아닐 수 없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나칠 것이 두려워(안 지사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아무리 신중을 기할 일이라 하더라도 하다 보면 못 미칠 때도 있고 지나칠 때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전후 사정을 놓고 볼 때 재발 방지차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인책(引責)은 필요하다.

우선 내부정보 유출자를 색출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무리 촉이 좋은 기자라 해도 내부자의 도움 없이 A씨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사건 관련 재단이사회의 공개해명도 요구된다.

[신아일보] 김기룡 기자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