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케인스의 흥미로운 재발견
[데스크 칼럼] 케인스의 흥미로운 재발견
  • 신아일보
  • 승인 2017.05.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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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오 경제부장

 
‘장미대선’을 치르면서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흥미를 느낀 것은 경제학자 케인스였다. 학부 과정에서 여러 번 이름을 들었지만 지극히 단편적인 상식만 가졌던 그의 생각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새롭게 다가왔다.

각 당의 경제 정책을 비교하면서 그 배경이 궁금했고 결국 각 후보들이 추구하는 경제해법의 이론적 배경을 찾으면서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 케인스였다.

진보적 경제학자 정승일이 발표한 글 ‘대통령 선거의 경제학’에 따르면 케인스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풀어낼 경제사회 정책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인 후보가 4월 12일 제시한 ‘사람경제 2017’에는 향후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에서 50조원을 조달해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 등 10대 핵심 분야에 투자해 연평균 50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고 국가 재정지출 증가율을 현행 3.5%에서 7%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확대된 재정지출을 주로 육아와 교육, 복지, 주택, 보건의료 등 사회복지분야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인 캠프의 사회경제 정책 공약은 사실 케인스가 주창한 경제 해법 중 하나이다.

케인스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루즈벨트 정부와 스웨덴 한손-비그로프스 사회민주당 정부가 취한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정책에 찬성했다. 케인스는 대공황으로 폭증한 실직자 및 빈민을 구제하고 줄이어 파산하는 은행과 기업들에 대한 긴급 구제를 위해 국가가 재정투입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공황 시대의 루즈벨트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적인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이뤄냈다.

동시에 산별노조 및 산별 단체교섭의 법제화와 기업 이사회에 노동이사제 도입 등 ‘경제민주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노사관계 민주화를 경제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기틀이 된 것이다.

사실 ‘경제민주주의’에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먼저 경제민주화를 노사관계의 민주화인 ‘직장민주주의’로 이해하는 측이다.

반면 경제민주화를 경쟁적 시장질서의 회복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경제민주화를 공정한 경쟁적 시장질서 확립의 프리즘으로 이해하는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반쪽짜리 논란이라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케인스는 사회복지와 최저임금제, 노동조합, 부자증세, 사회공공투자 및 재정지출을 통한 소비확대를 요구했다. 이른바 오늘날의 ‘소득주도 성장론’의 근거다.

재미있는 것은 케인스의 해법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케인스는 ‘실물투자의 성장’ 또한 원했다.

케인스는 막대한 금융자본인 화폐자본이 투기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고 그 대신 그것이 생산적 분야로 흘러들어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과 자본시장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재정의 케인스’로 널리 알려진 그의 진면목은 진일보한 ‘투자+금융의 케인스’에 있다. 케인스는 1930년대 대공황의 근본 원인의 하나가 생산적 투자가 아닌 금융투기에 의존하는 ‘기생충적인 자본주의’에 있다고 봤다.

그는 금융자본에 뿌리 깊은 투기적 속성을 강력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봤고 이를 위해 ‘투자의 사회화’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을 지나면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숙제를 담담하게 마주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투자와 금융의 해법을 케인스에서 풀어보는 일이다. 

/한상오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