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게임이론’으로 본 한반도 위기설
[데스크 칼럼] ‘게임이론’으로 본 한반도 위기설
  • 신아일보
  • 승인 2017.04.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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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 산업부장

 
1955년에 선보인 영화 ‘이유없는 반항’ (Rebel Without A Cause) 이 문득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짐(제임스 딘)과 버즈(불량배)는 여 주인공 주디(나탈리 우드)의 마음을 사기 위해 치열한 구애작전을 펼쳤다.

딘과 버즈는 상대방 담력을 떠보기 위해 각자의 차로 절벽을 향해 달리다 먼저 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지는 게임을 하기로 했다. 먼저 뛰어내린 자는 치킨(chicken:겁쟁이)가 되는 셈이다.

두 사람이 자동차로 게임을 벌이다 버즈는 옷이 차문에 걸려 뛰어내리지 못하고 절벽으로 추락해 결국 죽었다.

이 영화는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양측이 갖고 있는 정보에 차이가 있을 때 발생한다.

역선택은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마련이다.

올해 분단 64주년을 맞는 한반도 역시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핵위협을 고조시키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선제 타격을 비롯한 모든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 않는가.

정부당국은 북한이 군사공격을 할 경우 반격을 공격 원점에 국한하는 ‘맞춤형 공격’으로 맞대응해 전면전(戰)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맞춤형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충분한 정보가 교류돼야 한다.

최악의 군사적 충돌상황을 맞을 경우 이를 피할 수 있도록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는 남북한간 핫라인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핫라인이 없어 정보부족과 정보왜곡이 심각하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비대칭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의 공격에 상응한 ‘정확한 반격’이 가능할까.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보의 비대칭성’ 속에서 남북한은 전면전으로 치닫는 역선택을 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은 핵실험을 이미 5차례나 실시해 어쩌면 돌아올 수 없는 ‘핵(核) 루비콘강’을 건넜을 지도 모를 일이다. 북한에게 핵무기는 전면전을 각오하고라도 포기할 수 없는 생명줄이다.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면전이 발생하면 수 천만명의 국민이 희생되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적 찬사를 들으며 일궈낸 경제발전도 모두 한 줌의 잿더미가 된다.

또한 북한 핵시설 파괴에 따른 대규모 방사능 유출로 한반도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로 전락한다. 자칫 한민족이 공멸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상황이다.

국제협상에서 우선순위만 고집하고 차선을 외면하는 것은 전형적인 아마추어리즘이다.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지난 1992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휴지조각이 됐다면 이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미국 전술핵을 다시 배치하고 남북한 핫라인 개설 등 정보부족을 없애는 일이다.

북한 위협에 맞서 벼랑 끝을 향해 달리는 무모함 보다는 냉정을 되찾고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김민구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