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람따라 달라지는 '공사장 안전'
[기자수첩] 사람따라 달라지는 '공사장 안전'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4.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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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친구들과 함께 동네의 공사장을 놀이터 삼아 놀았던 기억이 난다. 여기 저기 널려있는 쇳조각과 벽돌, 나무토막 등 놀거리가 넘쳐났던 그 곳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였다.

하루는 버려진 것 처럼 보이는 커다란 기계들이 쌓여있던 공터에서 공차기를 하다가 봉변을 당했던 적이 있다. 공만 보고 뛰다가 기계에 머리를 부딪쳐 피가 난 것이다. 어린 마음에 무서워서 많이 울었다.

그리고 30년이 가깝게 지난 지금 서울 곳곳에서도 아이들에게 위험한 놀이터가 될 만한 공사장들이 여럿 눈에 띈다.

안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이런 저런 대책들을 많이 내놓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사현장 안전관리는 여전히 부실하다.

심지어 어떤 건설사는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 안에 분양홍보관 방문객 전용 주차장을 만들어 놓기도 했었다.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현장을 고객들로 하여금 안전모도 없이 출입토록 한 것이다.

정부기관과 지자체에 이것이 가능한 상황인지 문의했지만 "현행법이 공사현장 근로자 안전에 맞춰져 있어 일반인에 대해선 명확한 강제규정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많은 공사현장들은 여전히 완벽한 안전보다는 최소한의 안전을 추구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보니 현장 주변 주민들과 일반인들의 안전까지 신경쓸 겨를이 있을리가 없다.

'안전'은 그 곳에서 일을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져선 안된다. 현장과 접점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