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적폐·양강, 그리고 스트롱맨
[기자수첩] 적폐·양강, 그리고 스트롱맨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7.04.03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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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양강구도! 스트롱맨 시대!

이번 5·9대선에서 유력 주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구호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쫓겨나면서 치러지게 된 이번 대선은 역대 그 어느 선거보다 준비 안 된 부실 선거로 흐르고 있다.

1위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표공약이 무엇인지 아는 일반 시민은 드물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는 듯 했으나, 캠프 내에서도 논란을 산 뒤로는 슬그머니 대표공약에서 사라졌다.

대신 ‘적폐 청산’ 구호를 연일 내세운다. 하지만 적폐 청산은 공약이 아니다. 비전이나 집권 목표로 설정하기도 애매하다.

사실 민초들의 눈으로 보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적폐가 없었던 때가 있었던가? 기왕 적폐청산을 내세우고 싶다면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정책과 방향이 뒤따라야 한다. 2위 주자로 올라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역시 오십보백보다.

‘4차 산업혁명’을 외쳤지만 대선판이 달궈질수록 “이번 대선은 양강구도”라는 말만 주문 외듯 한다. 혹자는 이런 안 후보에게 “대선공약이 양강구도냐?” 라고 비웃었다.

가장 늦게 뛰어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공약을 다듬을 시간도 없어 보인다. 대선을 46일 앞둔 시점에서 검찰개혁을 1호 대선공약으로 제시했지만 그 보다 더 많이 언급한 것은 ‘스트롱맨’ 구호다. 혹자는 “홍준표가 아이언맨이 되고 싶다는 거냐”고 비웃는다.

물론 과거와 같은 대규모 토목공약을 내세우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니 사람들의 머리에 박힐만한 큰 공약도 없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이번 대선 수준은 해도 해도 너무 심하다는 찝찝함을 지울 수가 없다. 

[신아일보] 김동현 기자 abcpe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