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주당의 집권당 예행연습
[기자수첩] 민주당의 집권당 예행연습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7.03.2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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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투표결과 유출 파문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이 진상조사는 커녕 슬그머니 없던 일로 얼버무리고 있다.

홍재형 당 선관위원장은 지난 26일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지역위원장들이 모여있는 채팅방에만 올렸을 뿐 대중이 볼 수 있는 SNS에는 게시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유포할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신중하지 못한 처사지만 당헌당규상 징계 사안은 아니다"라고 징계 불가 결론을 내렸다.

또 "당내 경선 문제를 수사 의뢰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최초 유포자로 지목된 6명의 지역위원장이 문재인 캠프측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한마디로 현장 투표 결과가 외부로 유출된 것은 유감이나 유포자들의 고의성이 없어 처벌 할 수 없고, 당내 문제를 가지고 경찰을 끌어들이기도 뭣하니 이쯤해서 덮자는 얘기다.

이같은 결정은 사건 초기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문재인 후보는 사건이 불거지자 "개표 참관인들이 있어 결과가 조금씩은 유출되지 않을 수 없다"고 문제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러면서 유출 논란 책임을 당의 허술한 경선 규칙에 돌렸다.

진상조사를 하기도 전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당 지도부에 제시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정당들은 "경선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민주당이 국정운영을 어떻게 제대로 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비판해왔던 행태를 서서히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권자들은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국정농단에 만 분노한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실정을 덮기위해 늘어놓은 온갖 억지와 오기, 1인자를 향한 역겨운 아부가 민심의 임계점을 건드렸다.

민주당이 집권당 예행연습에 너무 빨리 돌입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신아일보] 김동현 기자 abcp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