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인양 유족들의 전환기 되길
[사설] 세월호 인양 유족들의 전환기 되길
  • 신아일보
  • 승인 2017.03.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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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지 1074일만 인 지난 24일 인양작업이 완료되고 목포 신항으로 옮길 반잠수식 선박에 실렸다.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는 상처투성이였다. 선체는 부식해 온통 얼룩덜룩했다. 여기저기 긁힌 생채기와 해저에서 쌓인 부유물은 을씨년스러웠다.

세월호가 남긴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여기서 엿 볼 수 있었다. 172명의 생존자에겐 크고 깊은 트라우마를, 숨진 295명의 유가족에겐 평생 씻을 수 없는 회한을 안겼다.

세월호를 건졌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갈 길은 멀다. 우선 찾지 못한 9구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 다음은 그동안 제기됐던 온갖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바닷속 세월호를 검사할 수 없는 탓에 ‘잠수함 충돌설’ 등 같은 주장이 난무했다.

이제 세월호 인양으로 이런 의혹을 해소해 유족 위로는 물론 갈기갈기 분열된 국론이 화합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세월호를 인양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특히 세월호를 중심으로 한 확인되지 않은 괴설이 사실인양 거론되는 일이 없기를 우리 국민들은 바랄 것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이제 더 이상 비극적인 세월호 인양을, 침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계기로 삼아 한다.

그렇지 않고 정치적 선동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멈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은 세월호 수습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개입하게 되면 시비는 커지고 국론은 쪼개진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세월호가 인양된 후에도 각 당이나 대선 후보들은 각자 입장에서 실익을 계산해 왔다. 세월호로 희생된 꽃다운 청춘을 위로하려는 국민들 눈엔 정쟁으로 비친다. 이제 세월호 뒷수습은 선조위에 맡겨 두고 정치인은 빠져라.

세월호의 비극적인 사고는 참담하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세월호에 대한 정치는 이제 할 만큼 했다. 죽음에 대한 경건함과 신비감마저 박탈하며 죽은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다.

세월호와 함께 숨진 고인들로 비록 자신들은 차가운 바다에 묻혔지만, 자신의 죽음이 이기적인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죽음이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 운항과 선장의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기획가 되길 바랄 것이다.

세월호를 목포 신항으로 운반할 반잠수식 선박이 부양을 마친 26일은 우리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 사건 7년이 된 날이기도 하다.

세월호 침몰과 천안함 폭침으로 귀중한 목숨을 잃게 된 상황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귀중한 인재들의 목숨을 잃었다는 부분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 할 수 없을 것이다.

천안함 폭침으로 자제를 잃은 유족들은 7년째 가슴앓이를 해 왔고 세월호 유족들은 3년간 눈물로 세월을 보내왔을 것이다.

사연이야 어떻듯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아픔은 다를 수 없다. 인간은 죽음의 슬픔에 너무 오래 젖어 있으면, 지적인 삶의 의지는 물론 인간의 위엄마저 잃게 된다.

우리는 이제 세월호 유족들을 죽음의 늪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그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고 이 길이 곧 국가를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세월호 인양이 유족들에게는 암울했던 긴 겨울 터널을 빠져나와 찬란한 봄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