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 법치주의의 첫걸음
[기고칼럼]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 법치주의의 첫걸음
  • 신아일보
  • 승인 2017.03.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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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12일 삼성동 사저 복귀 일성으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하는 취지로 읽히는 발언을 내놓은 이후 탄핵 불복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사실상 탄핵 불복 선언은 친박 진영의 표심을 비롯한 보수층 표심 결집을 겨냥한 것으로, 향후 검찰 수사와 대선 정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수층의 응집력 제고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애매한 양가감정을 가졌던 중도보수층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고, 동정론의 여지를 완전히 없애면서, 진보층의 결집을 가져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80%에 육박했던 탄핵 찬성 국민여론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정서로 계속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보수층이 중요시하는 법치 시스템에 반기를 든 모양새를 취했다는 점이다.

3월 11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벌어진 탄핵 무효 집회에서 주최 측은 박한철 전 헌재소장 등 9명의 전·현직 재판관들을 ‘법치주의 살해범’이라고 지목했지만, 정작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것은 박 전 대통령이었다.

2004년 헌재가 참여정부의 신행정수도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국회의 입법권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헌정질서의 혼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월 2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면서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헌법에 대해 도발하고 체제를 부정한다면 나라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말 것”이라고 비판의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그랬던 그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얘기인가?

물론 탄핵 결정에 대한 불만으로 사실상 불복의사를 표시할 수도 있고, 이에 대해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인정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법치주의가 만능인 것도 아니다. 법치라는 것도 결국 정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두 가지 핵심과제가 ‘국민행복’과 ‘법치국가’였던 점을 떠올리면 그의 ‘법치’라는 게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법무부 장관 첫 일성도 ‘법치주의 확립’이었다.

법치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남용해왔던 자들이 이제는 정치적 목적으로 ‘법치’를 깔아뭉개고 있는 것이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한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법치주의는 법질서와 치안을 위한 권력의 기술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적 인권 보호를 위한 권력 통제의 기술”이다.

이번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은 지금까지 오용되어 왔던 ‘법치주의’가 제자리를 찾고 권력 통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김 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