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광동제약의 모래성 쌓기 같은 매출 1조
[기자수첩] 광동제약의 모래성 쌓기 같은 매출 1조
  • 손정은 기자
  • 승인 2017.03.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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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제약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유한양행, 녹십자와 함께 새로운 제약업계 '1조 클럽'에 입성했다.

하지만 광동제약의 매출을 뜯어 살펴보면 제약회사로의 정체성이 의심되는 사업구조를 보이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1조5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고 밝혔다.

각 사업부문별로 보면 의약품부문 매출액이 2008억원으로 전체의 19% 수준에 불과하다. 제약회사의 의약품 매출 비중이 20%가 채되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인 셈이다.

광동제약이 제약회사가 아닌 음료회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은 매해 연간 실적 발표가 있을 때마다 제기됐다.

실제로 '삼다수',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 음료부문이 포함된 식품부문 매출은 4355억원으로 전체의 41%를 차지한다. 의약품 매출 비중의 2배를 넘는 수치다.

그나마 삼다수의 경우 지난 12월 계약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1년 더 연장되면서 올해도 외형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삼다수는 2015년 개별 기준 광동제약 매출에서 29.3%에 해당하는 1675억95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말 제주특별자치도 개발공사와 계약이 만료되면 이 매출은 한꺼번에 빠진다.

매출의 40% 수준인 4249억원은 2015년 인수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 코리아이플랫폼에서 발생했다. 코리아이플랫폼의 매출을 뺀 광동제약의 매출은 6316억원 정도다.

코리아이플랫폼은 B2B 전자상거래 회사로 유통구조 확대와 사업구조 다각화 차원에서 인수돼 의약품과는 연관성이 없다.

광동제약의 행보가 마치 모래성 쌓기처럼 보이는데는 업계 최저 수준의 미미한 연구개발 투자에 있다.

광동제약의 지난해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용은 전체 매출의 1%가 안되는 0.8%다.

'한방의 과학화'를 창업 이념으로 우황청심원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천연물 생약 연구개발 역사를 이끌었던 창업주 고(故) 최수부 회장의 경영철학이 절실히 필요한 광동제약의 현재다.  

[신아일보] 손정은 기자 jes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