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인중개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자수첩] 공인중개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3.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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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福德房)'은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일까? 가게는 맞는 것 같은데 파는 물건도 없고, 딱히 어떤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신기한 곳이다. 기자가 어렸을 때 복덕방을 지나면서 종종 했던 생각들이다.

좀 더 자라서야 그 곳이 '가장 크고 비싼 것'들을 사고 파는 곳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어린시절 호기심을 자극했던 복덕방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국가적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던 시기 각종 불건전 거래들이 난립하자 1980년대 중반에 '부동산중개업법'이 제정·시행됐다. 이후 복덕방의 간판도 부동산으로 바뀌어 갔고, 최근에는 공인중개사무소라는 상호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변화의 이면에 '전문성'과 '투명성'이란 사회적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의 공인중개사들이 바뀐 간판에 걸맞은 변화에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은 공인중개사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고, 중개수수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적잖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 수 부동산의 영업행태는 소비자 권익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거래성사를 통한 수수료 벌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공인중개사 업계는 또 한 번 변화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소비자들은 부동산앱을 통해 폭 넓은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있고, 정부는 전자계약을 확대 추진 중이다. 한 차원 높은 전문성과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공인중개사들은 옛날처럼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변화는 단순히 간판을 바꾸는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